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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스플릿 Mar 10. 2024

회사를 더 다니게 되었지만 씁쓸한

그만 두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이것 저것 책을 보면서 나를 정리해 가고 있었다고 해야할까. 그런데 어느날 아침 진급이 됐다. 아주 축하할 일인데 생각보다 미치도록 기쁘지는 않았다. 인간의 행복은 상대적 아닌가. 나는 왜 지금에서야 진급이 되었을까 이런 생각이 더 컸다. 드디어 인정 받게 되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뭔가 씁쓸하다.


삶의 계획을 180도 틀려다가 128도 정도에서 멈췄다. 결국은 언젠가는 180도 돌릴 날이 올테지. 직장인이 갖는 비애 같은 것이다. 월급 받아 챙기다가 어느덧 돌아서면 갈곳없는 낭떨어지 같은 곳에 서있게 되는 것이 샐러리맨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일을 대충하라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독립할 준비를 조금씩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명은 늘어가는데 정년은 점점 일찍 찾아온다. 하나의 업을 가지고서는 생을 온전히 마감할 수 없어진 세상이다. 파이어족이 되기 보다는 어떤 일을 하면서 생을 의미있게 그리고 지루하지 않게 마감할지 더 고민해야 한다. 돈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돈많은 부자들은 우리 보다 더 생각이 많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매일 고민하고 매일 실천한다. 돈 없는 샐러리맨은 부자보다 더 많이 생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진급으로 생각의 브레이크를 잠시 걸어뒀지만 나도 다시 준비를 시작해야겠다. 진급이 내 삶을 개런티하지는 않으니까. 잠시 시간을 벌었을 뿐 나는 계속 성장해야 한다. 월급만큼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버리도록 만드는 강력한 것은 없다는 말은 신빙성이 있어보인다.


직장인으로써의 삶을 조금 더 연장했지만 안타까운 것도 있다. 정말 재수 없는 인간을 계속 봐야 한다는 것. 버티는 것이 이긴다는 말이 있던데 좀 더 참아보기로 한다. 생각만해도 기분 나쁜 사람들은 어딜가나 있다. 편협한 사고방식에 갖혀 다른 사람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괴롭힐 뿐이다. 어쨌거나 나는 그 보다 더 오래 살아남아 승리하리라.


이런 사람들의 특징을 분석해본 적이 있다. MBIT의 특정 값이 최대치를 가진다는 것, 생각보다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이상한 부분에서 자존심을 세운다. 존중받지 못해온 세월 속을 견디며 무엇인가 보상 심리로 상대를 굴복시키려 한다. 불쌍한 영혼들이라고 생각한다. 감싸줄만큼 내 영혼은 아직 그렇게 성숙하지는 못했나보다. 


특정 능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들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하지만, 세상의 진일보에는 꼭 그 유별난 인간들의 골치아픈 인간관계에 대한 스토리가 넘쳐난다. 괴팍하고 몰상식하며 따뜻한 감정 따위는 없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가지기도 하지만, 세상을 파괴하는 공허함을 갖기도 한다. 그래서 재수가 없는 것이다. 잘난 것은 알겠지만 기분이 더럽다.


진짜 재미있는 것은 그런 사람들은 일찍 승진하고 잘 나간다. 왜그런지 모르겠다. 지랄 같은 인간들이 잘되는 것이 꼴보기 싫기도 하지만,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을 때 가끔 답답하다. 영화 '서울의 봄'을 자세히 봐봐라. 제대로된 인간은 승진되지 않으며, 중요한 보직을 챙기지 못하며, 심지어 빨리 죽는다. 더러운 인간성을 가져야 오래 사는 것은 아니겠지만, 회사나 사회에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조리가 넘쳐난다.


그저 내게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며 사는 것 밖에 없다. 적당히 무시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고 내 일에 매진하는 것. 내게 집중하는 것 만이 남과의 비교에서 이기는 유일한 길이다. 정신 건강을 위해 이보다 좋은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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