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우의 마지막질문은 '내 삶이 의미가 있었어? 내가 잘 살았어? '였다
중년기에는 삶에 대한 해석과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암환우들의 마지막 질문이 "내 삶이 의미가 있었어?"라는 것이었다. 삶의 의미와 정체성에 대한 탐구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중요해진다.
3년째 전문 사진작가반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유명 사진작가를 탐방해서 공부하기도 한다. 유명한 사진작가들의 공통점은' 자신만의 철학을 사진에 담고, 그 사진을 통해서 자신의 스토리를 관객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즉 작가는 '사진을 찍고자 하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고,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확실한 목적'이 있다.
그러나 50~60대에 사진을 취미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진을 찍고자 하는 철학과 목적이 없다. 예쁜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아 그 사진 예쁘다!!!' 이런 칭찬을 듣고 싶은 수준에 머문다.
사진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사진을 찍고자 하는 목적이 없으면 그 사진은 한계가 있다. 재미로, 취미로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철학없는 사진은 남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얼마 전에 중견 음악가와 대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 선생님은 음악에 대해서 어떤 철학을 갖고 계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서양 고전 작곡가들의 음악을 어떻게 표현하시나요? “
이렇게 질문했을 때 그 음악가는 " 저는 작곡가가 왜 이것을 작곡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작곡가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이렇게 대답을 했다.
나는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작곡가의 곡에 대한 생각과 마음을 탐색하고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모차르트 같은 서양 고전 작곡가들의 음악은 그들이 속한 문화와 정서가 반영되어 있다. 오스트리아나 독일 출신 음악가들이 그들의 작품 속에 담긴 문화적 맥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음악가들도 서양 작곡가들의 작품을 자신만의 철학과 해석으로 새롭게 표현할 수 있다. 작곡가의 의도를 탐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독창성과 예술적 해석을 더해 작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한국 음악가들은 이를 한국적 정서와 철학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 번 밖에 없는 삶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 굴곡 있던 평생의 경험 등이 녹아들어 내 삶을 형성하고 있다. 그 삶은 독특하고 독창적이다.
그 삶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은퇴하고 나면 특별하게 자기 삶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정체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야, 어렵다. 하루하루 잘 살기도 바빠. 술 먹고 잘 놀면 되지. 너는 왜 그렇게 골치 아픈 생각만 하냐. ”라고 이야기한다.
아내가 하늘나라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 나한테 했던 질문 있었다. “ 여보, 내 삶이 의미가 있었어? 내가 그동안 잘 살았어? “ 였다.
암요양원에서 암환우들과 이야기할 때가 많았다. 누구도 재산과 지식과 과거에 무엇을 했냐는 것에 대해 자랑하지 않는다. '내가 잘 살았을까?, 내 삶이 의미가 있었을까?, 내가 아프게 한 사람은 없을까?' 후회를 한다.
내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의미를 나는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삶의 정체성이란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지에 대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삶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내가 과거에 살아왔던 경험과 생각이 모여서 나의 정체성이 형성되어 있다. 그러면 내가 누구인가가 내가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나의 정체성을 통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스스로 대답해야 한다.
누구도 삶의 목적을 대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삶의 목표와 목적을 꾸준하게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스스로에게 답해가는 과정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답은 없지만, 그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 성찰할 때 내 삶이 더욱 성숙해지고, 내 삶이 의미가 있어지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