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드의 비극적 인간보다 아들러의 사회적 인간으로 인생을 바라보자
(울릉도 앞바다)
우리는 인생이 힘들다고 느낀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삶이 더 행복해 보일 때 그렇다. 하지만 정말로 대부분의 사람이 신나고 즐겁게 살고 있을까?
비교에서 오는 불행
우리가 인생을 비극으로 느끼는 데에는 매체의 영향이 크다. TV 속 세상은 마치 다른 차원의 현실처럼 보인다. 재벌가의 화려한 삶, 전문직의 멋진 성공,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주인공들. 이런 이미지들은 우리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현실의 나와 비교할수록 부족함을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한 가구의 평균 순 자산은 약 4억 3,540만 원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화려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보통 사람들의 현실이 그렇게 대단히 화려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캐나다에서 거주하시는 심리학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TV에 나오는 기상 캐스터조차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대부분인 데 비해서, 캐나다에서는 때로는 배가 나온 평범한 아주머니가 기상 뉴스를 진행한다고 한다. "평범함"은 우리 사회 속에서 자연스러운 것인데,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길거리에서 본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은 TV 속의 아름다움과는 다르지만, 그들만의 멋과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성공 관념이 만든 압박감
인생을 불행하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압축성장을 이루어낸 우리나라 특유의 성공관이다. 과거에는 사회적 성공이 내 성공이고, 가족의 성공이었다.
중년 남성들 끼리 오랜만 만나면 처음에는 직장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다가 주로 경제적인 돈 이야기로 귀결한다. 그런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자기 마음속 이야기를 하게 된다. 나는 성공을 꿈꾸고 열심히 살았는데, 돌아보니 사회적 지위도 돈도 얻지 못했다고 자조한다. “삶이 만만치 않아. 그리고 앞으로도 막막해. 이번 생은 실패한 거 같아.”
그러면 인생은 정말 비극일까? 희극일까?
심리학의 거장인 프로이트와 아들러는 인간과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매우 다른 태도를 보였다.
프로이트는 인간을 본능과 규범 사이의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비극적 존재로 보았다. 그는 인간이 성적 욕망(리비도)과 공격성 같은 무의식적인 충동으로 지배되고, 이것이 사회적 규범과 충돌하면서 고통을 피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의 관점에서, 인간은 완전히 자유롭거나 충만해지기 어려운 한계를 가진 비극적 존재이다.
반면, 아들러는 인간을 사회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존재로 보았다. 그는 인간이 단순히 본능에 이끌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목적을 스스로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선택하며 나아간다고 믿었다. 특히, 열등감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통해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가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과 조화를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관점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인간에 대한 관점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프로이트처럼 삶을 보면, 인생은 무거운 갈등과 고통으로 가득한 비극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아들러의 시선으로 보면, 삶은 관계와 성장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희극이 될 수 있다.
내 삶을 돌아보면 부족한 것이 많다. 아쉬움도 있고 곡절도 많았다. 잘 나갈 때도 있었지만, 승진에 탈락해서 참담했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아파트 한 채가 있고 노후에는 국민연금이 나온다. 아이들은 평범한 대학을 나와서 평범한 사람과 결혼을 했고, 손주 손녀를 얻은 것도 감사하다.
부족하다고 생각해 보면 부족한 인생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아쉬움은 끝이 없다.
그래서 나는 아들러의 시각으로 인생을 바라보고자 한다. 사람들과 교류하며 행복을 찾고,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나 자신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
꿈꾸던 성공은 얻지 못했지만,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스스로 자족하려 한다. 부족하지만 넉넉하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