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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관한 스무고개

by 시골쥐

행복이라는 답을 정해두고 스무고개를 꾸며본다. 어떤 물음들을 이어야 행복을 유추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것이 행복에 다가가는 매뉴얼이 될 수 있진 않을까?

‘살아있는가?’, ‘만질 수 있는가?’, ‘돈으로 살 수 있는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그런데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을 물어도 대답은 늘 ‘그렇다’로 귀결된다. 이래서야 도저히 맞출 수 없지 않은가.


행복은 살고 싶다는 의지만큼이나 생동감 넘치는 감정이다. 매 순간 새롭고, 생생하며, 끝없이 커지거나 죽은 듯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니 행복은 존재가 없지만 살아있음이 분명하다.


소파에 앉아 고양이를 품에 안는 일, 아이 손을 잡고 산책하는 일은 손 끝에 닿는 순간부터 기분 좋은 온기가 채워진다. 행복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일 뿐만 아니라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고, 아내가 좋아하는 쌀국수를 먹으며 만족스러운 주말을 누린다. 큰돈을 주고도 살 수 없지만, 적은 돈으로도 족히 살 수 있는 게 행복의 아이러니다.


모든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는 건, 행복이 그만큼 형식 없이 흔하고 평범한 감정이라는 뜻이다. 숨 쉬지 않지만 살아있고, 형태가 없어도 만질 수 있으며, 편의점에서 콜라 사듯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

평범한 일상에 흩뿌려져 있지만,

곁에 두고도 평생 알아채지 못할 수 있는 기쁨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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