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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국밥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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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쥐 Sep 24. 2024

[국밥로드] 대구 군위식당

대구 중구 경상감영길 101 중앙상가

1970년대부터 시작한 50년 전통의 국밥집. 거기다 국밥부장관이라는 성시경 씨가 유튜브 콘텐츠 '먹을텐데'에 소개하고 가수 싸이가 다녀가면서 더 유명해진 대구의 군위식당. 이후 유명 연예인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경상도 대표음식인 돼지국밥은 그 인기만큼이나 지역색이 강하다. 그래서 경상도 출신이라는 사람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저마다 출신지역의 돼지국밥이 원조이자 최고라고 말한다.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 보면, 곰탕 같이 맑은 '부산식', 설렁탕처럼 진하고 뽀얀 '밀양식', 향신료와 내장위주로 구성되는 '대구식'이 있다.


군위식당은 부산식에 가깝다. 내장 대신 잘 손질된 돼지 앞다리살 위주의 맑은 국밥이다. 인구수만큼이나 많은 돼지국밥 맛집이 있는 대구에서 군위식당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깔끔하고 개운한, 그러면서도 든든함을 채워주는 따뜻한 국밥.

테이블마다 밑반찬이 미리 세팅되어 있다. 정갈히 덮인 쟁반을 들추면 김치와 정구지(부추), 양념장과 야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상온에 있었음에도 상태가 꽤나 신선하다. 상춧잎도 양파, 부추도 마르지 않았다. 회전율이 좋다는 의미고, 그만큼 손님이 많다는 의미다.


'슴슴하다'라는 표현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국물이 또 있을까? 순대국밥처럼 녹진하지 않아도 자꾸 손이 가는 국물. 더한 것도 덜한 것도 없이 어떤 뼈로 삶았는지를 알려주는 딱 그 맛. 더불어 누린내가 없어 뒷맛도 좋다. 담겨 나오는 다대기를 살살 풀면 전혀 다른 육수가 된다. 적정한 염도에 매콤함이 더해진 감칠맛. 상태 좋은 돼지고기 앞다리살이 부드럽게 삶아져 아이도 노인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유튜브에서 유명해진 고기밥이란 국밥국물에 수육이 조금 더해진 수육백반이다. 자주 올 수 있는 집이 아니기에 나는 수육과 국밥을 따로 시켰다. 족발을 내놓은 것 같은 수육은 중자임에도 양이 푸짐하다. 앞다리살을 쓰기에 모양새는 족발과 다를 바 없지만, 한약재 향이 나지 않는다. 무슨 비법인지 몰라도 담백한 돼지고기의 맛과 향을 살린 비법이다. 상추에 한 쌈 싸 먹으면 포만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새우젓의 새우가 크고 과하게 짜지 않아서 새우젓만 올려도 풍미가 충분하다. 김치는 다소 평범하지만 오히려 좋다. 요즘 말로 럭키비키랄까. 국물맛을 방해하지 않고 적당히 아삭한 경상도의 김치다.


성시경 씨가 추천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그의 유튜브에 나오면 반드시 줄 서는 맛집이 된다(사실 그전에도 줄을 섰던 집이 많았지만). 살아오며 먹은 국밥 중 내가 최고로 치던 집은 부산 서면의 '마산식당'이다. 만화가 허영만 씨의 작품 <식객>에 나와 더 유명해진 집이다. 그런데 오늘부터 한 집 더 추가하기로 했다.


군위식당, 최애가 하나 더 생겼다.


일상 단어에서 건져 올린 따뜻한 위로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75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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