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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호 Cha sungho Aug 05. 2023

오늘도 엄마는 혼자 밥 먹는다

매미 소리도 들리지 않는

여름 한 낮

오늘도 엄마는 혼자 밥 먹는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텅 빈 시골집에

티브이를 친구 삼아

오전 반나절을 흘려보내고

커다란 벽시계는 어김없이

 열 두시를 알린다


입맛도 밥맛도 없지만

건너뛰자니 그렇고

억지로 한 술 뜨자니

모래알이다

진수성찬도 소용없다

혼자 먹는 밥이 무슨 맛이 있으랴

열무김치 하나라도

내 영감이랑 같이 먹을 때가 맛있었고

내 새끼들이랑 같이 먹을 때 잘 넘어갔지

이제는 모두 다 곁을 떠나고

하릴없는 모진 목숨 건사하느라

억지로 뜨는 한 술이

무슨 맛인지 모른 지가 오래다

객지에서 고생하는 자식도

이렇게 혼자 밥 먹을텐데

어미의 마음은

그저 짠할 뿐이다



2019.7.17 作

*에필로그 - 우리들 엄마는 대부분 혼자 밥 먹는다. 자식들이 전화는 자주 하지만 직접 집에 내려와 홀로 계신 엄마와 밥상을 마주 앉은 지가 얼마나 되었나? 우리가 알게 모르게 엄마는 늘 혼자 밥 먹는 외로움으로 야위어 간다. 엄마는 자식들이 찾아와서 밥상 차려줄 때 가장 행복하다. 혼자가 아니란 걸 확인하는 순간이니까.

밥 안 먹어도 배 부르다. 그게 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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