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완벽한오늘 Jul 26. 2023

엄마 유튜버 vs 아이 유튜버, SNS 대결

유튜브, 인스타로 아이와 경쟁 중입니다.


나와 아이와 각각 유튜브 계정을 가지고 있다.

 

현재 아이가 쓰는 계정은 제가 10년 전에 시댁과 친정 식구들에게 아이의 성장 영상을 공유하고자 개설했다.

처음에는 제가 아이 영상을 올렸었는데, 어느 순간이 되니 아이가 그 계정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올리기 시작했다.


유튜브에 익숙한 아이는 유튜브 내에서 유행하는 댄스 챌린지나 핫템들을 활용하기도 하고, 자캐(자기캐릭터) 그리기 영상, 초등학생들이 공감할 만한 알파어 해석 영상 등을 촬영해서 올린다.


아이가 스스로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 10월이었다.


간헐적으로 생각날 때마다 영상을 올리더니, 어느새 구독자는 130여 명이 되었다.


구독자 100명이 되었을 때는 라이브방송을 한다며 부산스럽게 준비 했다.


그리고 라이브방송은 아무도 참여하지 않은 상태로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한 명도 들어오지 않고, 끝나고 나니 아이가 풀이 죽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다음을 준비했다.


아이의 유튜브 접근 방식을 보면 한없이 과감하고 자신감 있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바로 영상 촬영을 하고 자막을 조금 달고 업로드한다.


계획하고 수정을 반복하며 심사숙고하는 나와는 다른온도다.


아이는 유튜브의 세계에서 인생의 진리를 하나 배운 듯 하다.

인생사 복불복이니 그러려니하고 받아들이면 된다는..


아이는 어떤 날은 까만 화면에 몇 글자만 적고는 영상을 올린다.

말도 안 되게 그런 영상이 조회수가 높게 나올 때가 있다.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아이는 그저 그러려니 한다.


가끔 조회수가 4인 영상도 있다.

쇼츠영상이 조회수가 4가 나오는 것도 쉽지 않다.

내가 보기에는 상큼에 죽을 것 같은 댄스 챌린지 영상이었는데, 반응이 없어서 내가 다 아쉬웠었다.

하지만 아이는 또 그러려니 한다.


그렇다고 아이가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영상을 올리고 매번 조회수를 확인하고, 조회수가 오르면 한껏 들뜨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끝인 것 같다.

 

유튜브의 세계가 그렇다.


몇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도 조회수가 많이 나올 것 같은 영상을 예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한다.

그저 유튜브 소비자가 판단하고, 그들의 결정은 항상 복불복이라고 한다.

완성도 낮은 영상이 불현듯 역주행을 하기도 하고, 반복되는 소리만으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아이는 나보다 먼저 그 세계에서의 순리를 받아들였다.

조회수가 높을 때도 있고, 낮을 때도 있다는 유튜브 세계 속에서의 그 단순한 명제를 말이다.


나의 유튜브 계정은 2달도 채 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실행력을 증명하고 싶어서 덜컥 계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2개 정도의 쇼츠영상을 올린다.

내 계정의 구독자 수는 12명..

어제 한 명이 추가되었다. 신난다.


아이와 나는 구독자수와 조회수를 경쟁한다.


아직 구독자수가 아이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나의 계정을 아이는 견제와 동시에 응원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해시태그를 많이 달면 없어 보인다.. 영상이 지루하다.. 그런 영상은 아무도 안 본다.. 하며..

요즘은 아이에게 뼈맞기를 습관화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 나를 안타까워하며 기꺼이 제 계정을 위해 초상권을 허락해 준다.

그리고 조회수가 좋게 나오면 같이 만족 해 한다.

이렇게 나와 아이는 또 다른 분야에서 동지가 되었다.


인스타를 처음 할 때에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 인스타의 팔로워가 나의 5배가 넘어 깜짝 놀랐다.

나는 처음 인스타를 할 때에도 예쁜 추억 사진 정리를 위해 사용했고, 인친(인스타친구)은 곧 실친(실제친구)이었으며, 댓글을 왜 다는 지도 이해가 안 되었다.

어차피 실친이니 카톡으로 말하면 되는거니까..


그런데 아이는 인스타를 소통의 장으로 사용했다.

SNS의 정석이라 볼 수 있다.

아이는 인친들이 생겼고, 그들과 소통했고, 외국 인친들과 좋아요를 주고받았다.

나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1년 후 나는 독서와 자기 계발 분야로 새로운 인스타 계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인친들과 다양하게 소통하고, 자극을 받으며 성장의 도구로 그것을 활용하게 되었다.

팔로워도 늘고, 인스타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닌 소통하는 공간이 되었다.

어느새 아이의 인스타보다 팔로워수가 더 많아졌다.


그랬더니 아이는 이를 질투하며 비결을 물었다.

나는 한껏 올라간 어깨로 비밀이라고 입을 닫았다.

유튜브의 구독자 수의 패배를 설욕했다.

아이는 입을 삐쭉거리며 본인은 유튜브 구독자가 더 많다며 으스댔다.

나는 몇 달 후면 유튜브 구독자 수도 더 많아질 것이라는 허세를, 의심이 여지가 없다는 듯 더없이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아이는 다시 한번 긴장했다.


요즘에는 아이와 동맹을 맺고, 같이 찍을 영상 회의를 한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함께 협력하기를 다짐한다.


아이는 구독자 100명 기념으로 나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엄마 앞에서 트월킹 추기'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나는 기꺼이 뒷모습을 내주었고, 아이는 제 앞에서 춤을 췄다.

그 영상은 2천 조회수가 나왔다.


아이가 유튜브에서 핫하다는 점보도시락을 공수해 주기 위해 동네 GS편의점 10곳을 돌기도 했다.

*점보도시락: 8인분 용량의 팔도 도시락 라면


한 곳에서 도시락이 새벽 6시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알람을 맞추고 눈을 뜨자마자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에서는 주문은 했으나 물량이 없어서 물건이 안 들어왔다고 했고, 그날은 허탕을 쳤다.


며칠 후 동네의 다른 매장을 수소문해서 그곳은 정확히 새벽 6시 10분에 오면 점보도시락을 구매할 수 있노라 약속을 받았다.

다음 날 정확히 6시 9분에 매장에 도착해 점보도시락 구매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점보도시락을 손에 쥔 아이는 환호를 질렀고, 방과 후 친구 3명과 함께 집으로 와서 '잼민이들의 점보도시락 먹방'을 찍었다.

이 영상은 나와 아이의 계정에 동시에 올렸고, 조회수가 각각 1천 회 정도가 나왔다.

내 계정에서는 가장 높은 조회수였다.


나는 아이와 이런 경쟁과 성장을 함께 해 나가는 것이 좋다.


아이와 유튜브 등의 SNS로 경쟁을 한다는 것은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다.


넘치는 영상들의 해로운 기능들을 간과할 수 없고,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시기에 영상에 노출이 되는 것도 우려가 되기도 했다.

인스타 계정으로 모르는 사람과 DM을 주고받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아차했다.

괜히 모르는 사람과 소통하다가 나쁜 길로 빠지거나 금전적 피해 등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알파세대는 디지털 원주민 세대이다.

무조건 디지털 세계를 배제하게 할 수는 없다.


나는 조금 더 건강하게 그것을 활용하도록 함께 그 세계에 뛰어드는 방법을 선택했다.


아이와 함께 정보를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들과 주의해야 할 것들을 인지시킨다.


그리고 이 경쟁과 소통들로 아이는 스스로의 장점과 매력을 발견해 나가기도 한다.

요즘 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퍼스널 브랜드'를 말이다.


나는 그 활동들을 응원한다.

건강한 SNS활용은 더없는 자기 계발의 도구이다.


어느새 아이의 친구와도 유튜브 영상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이의 절친인데, 그 친구도 유튜브 계정을 운영한다고 해서 점보도시락 영상을 찍을 때에 나는 아이와 친구의 휴대폰으로 각각 두 개의 영상을 촬영했다.

아이는 친구의 영상 조회수도 나쁘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했고 나는 아이와 이야기할 소재 아이템을 한 개 더 확보했다.

현재는 아이의 요청으로 친구 계정도 구독 중이다.


나는 지금 아이와 둘이 제주 한달살이 중이다.


이곳에서도 부지런히 아이와 추억을 쌓아 나간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들은 항상 이렇게도 즐겁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하는 성장들은 항상 이렇게도 감사한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모성애가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