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일일시호일

모든 날은 선물이다.

by 정원

차를 막 배우기 시작했던 때

수많은 차 관련 영화를 추천받았다.


단순히 차가 메인이었던 주제부터 차의 뿌리 깊은 중국 대만 영화 심지어 차 산지를 드나드는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했다. ' 내가 차를 좋아한다면 이런 영화들까지 다 봐야지!' 라는 묘한 책임감에 그중 첫 번째로 보았던 영화가 바로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해했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 깊은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리가 없었다.

'나도 나중에 다도까지 배울 거니까' 하며

그저 차인으로서 영화를 접한 것만으로도 만족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몹시 부끄러운 일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일일시호일>이라는 영화는 나에게 선물 같은 영화였다.


주인공의 상황과 심리 상태가 20대를 돌이켜봤을 때 나와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차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어른을 향해 달려가며 삶의 본질을 찾고 싶어 하는 친구들 모두에게 추천하고픈 영화이다.


숱하게 반복되는 절기와 계절

그리고 매년 반복되는 우리의 삶을 '다도'라는 매개를 통해 보여주는 이 영화는 새삼 반복되는 것 또한 축복일 수 있음을 일깨워주다. 이렇게 반복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도.


비를 만나는 날엔 기꺼이 비를 맞고

눈이 오는 날엔 눈을 온몸으로 느끼고

여름의 찌는 더위와

겨울의 몸이 갈라질 듯한 추위까지 맛본다.


어떤 날이든 그 날을 마음껏 즐기는 것. 다도란 바로 그런 '삶의 방식'이라는 걸 영화는 보여준다.


차는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기 위한 것이고 '좋은 날'은 거창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그 속에 있다. 그저 눈앞에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현재의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우리는 사랑도 일도 때로는 이유 없는 이별을 겪지만, 결국 삶은 계속 흐르기 마련이다. 비 오는 날은 비 오는 날대로 살아가는 연습을 하는 것처럼 오늘도 주어진 하루에 몰입하며 그렇게 좋은 날들을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사람에게는 뇌와 심장 말고도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 마음의 존재가 과학적인지 비과학적인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우리를 지키고 견인해 가는 힘의 큰 지분은 어쩌면 이 마음에 있지 않을까?


0에서 1로의 변화를 이끄는 가장 큰 결심

그것이 바로 마음먹는 일이니까


퇴사를 하고 처음 본 영화가 <일일시호일>이었다는 건 어쩌면 필연이었겠다. 일상 속에서 그들이 매일매일 반복하는 '차'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깨닫고, 성숙해가는 과정이 내 삶과 이리도 닮아있는지 , 지금이라도 알게되어 참 감사한 일이다.






"생에 한 번뿐인 만남이라 여기고 정성껏 임해야죠.

여러분도 정성껏 임하세요.

같은 사람들이 여러 번 차를 마셔도, 같은 날은 다시 오지 않아요.

생애 단 한 번이라 생각하고 임해주세요."


ㅡ 영화 '일일시호일' 다케다 선생의 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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