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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혜 Sep 06. 2024

엄마와 국화


나란히 누워 잠들라치면 맞아, 엄마 아까 생각이 안 난 친구 이름이 은정이었어 권은정-


또 그러다 한참을 꿈길로 들어선다 싶으면 뜬금없이 엄마가 날이 선선해지니 계란장조림을 해서 단백질을 꼭 섭취해(고기 잘 안 챙겨 먹는 딸의 단백질 섭취를 늘 걱정하는 엄마)


그렇게 늦은 밤까지 추억 여행에 막내 외숙모 칭찬에 결혼에 관한 백분 토론까지 하며 잠든 이른 아침이라 눈은 팅팅 부었지만 엄마가 선물해 준 국화 화분은 또 자랑해야 하니까


80년대에 태어난 많은 딸들은 50년대생 엄마들의 삶을 지켜보며 대체로 엄마 같은 삶은 살고 싶지 않아,라는 생각을 조용히 키워온다.


이리저리 희생하며 자신의 존재를 지워가는 엄마의 삶을 마뜩잖아하는 딸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행복한데 하는 엄마의 한마디에 그간 부정해 온 엄마의 삶을 따스하게 긍정하게 됐다.


‘사랑’의 채권자 딸로서 애정 채무자 삶을 살아가는 부모님이 늘 안쓰러워 나의 목표는 엄마 아빠가, 엄마와 아빠를 은퇴하고 자신의 행복에 보다 집중하길 바라며 이젠 부모 자식이 아닌 좋은 친구 같은 관계를 꿈꾸지만 아래로 흘러 내려오는 물처럼 막을 수 없는 무한한 애정에 만남 후엔 언제나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 차올라 있다.


이 힘으로 또 열심히 살아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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