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요가와 매일의 요리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채워주고 이어주는 것들.
그간 실용적으로 접근해 오던 요가에 깊이를 더하고 사유를 확장하고 싶어 요가를 키워드로 검색해 보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처음 요가를 만난 순간이 언제였나 기억을 더듬어보니, 스물예닐곱 살 신입사원 시절이었다. 움직이기 좋아하는 사람이 사무실에 갇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형벌처럼 느껴졌다.
몸도 마음도 딱딱하게 굳어가던 어느 날, 회사 주변을 이리저리 산책하다 당시 일터가 있던 신촌의 현대백화점 뒤편 주택가를 따라 십여분즘 걸어 올라가 구석진 골목 2층 ‘요가원’이라는 간판을 보고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나의 첫 요가는 미용 요가가 아닌 개량 한복을 입고 따뜻한 차를 내어 주시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세계에 관심이 깊은 사람들이 가진 특유의 먼 곳을 응시하는 듯한 눈빛의 중년 남성 선생님과 함께 했다. 회사와 가까웠고 선생님의 맑은 얼굴에 마음이 놓였다.
7시 퇴근 후 수련을 가면 난 화분이 늘어선 어딘가 가정집 거실 같은 분위기의 공간에서 나이 지긋한 할머니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동네 주민이 모여 꼼지락꼼지락 몸을 풀었다.
한두 달쯤 지났을 때 선생님은 저 멀리 우주를 응시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처음 온날보다 안색이 훨씬 밝아졌다며 흐뭇해하셨다.
그 후로도 집 근처 문화센터든 요가 스튜디오든 이따금씩 수련을 이어갔고 플라잉 요가에 심취하기도 수영 등 새로운 운동으로 활기를 더해보기도 했다.
그러다 요가에 진정 몰입하기 시작한 건 사 년 전 나 홀로 홈요가를 하면서부터다. 유튜브에 좋은 채널들이 많아 혼자서도 꾸준히 수련을 이어갈 수 있다.
이리저리 하다 보면 특히 나와 주파수가 잘 맞는 선생님을 발견하게 되는데 ’에일린의 마인드 요가‘와 ’서리 요가‘가 좋아 수년째 함께하고 있다.
꾸준히 요가를 해나가는 나의 원동력은 결과보다 과정을 사랑하기 때문인 거 같다. 어떤 동작이 되건 안되건 스트레스가 없다. 그냥 지금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최선에 머문다. 그래도 충분히 수련 후 몸이 개운하고 생각도 감정도 맑아진다. 모든 뼈 마디가 해체되고 그 사이로 신선한 공기로 채워지는 감각을 경험하게 되면 요가를 끊을 수 없다.
요가와 요리의 공통점이 있는데 때때로 귀찮은 일이라는 점이다. 그럴 땐 매트를 펴고 한 동작만 해야지로 시작한다.
하다 보면 이삼십 분이 훌쩍 흐르기도 한 시간을 채우기도 한다. 아주 피곤한 날은 정말 한두 동작만 하고 마치기도 한다. 중요한 건 그래도 한다는 것.
하고 나면 삶이 충만함으로 차오른다는 것 또한 요가와 요리의 공통점이다.
오늘도 내일도 기쁜 날에도 실망스러운 날에도 요가 매트를 펼치고 칼과 도마를 꺼내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