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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TLAS OF B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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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혜 Nov 30. 2024

[리투아니아] 집에서 생맥주를 즐기고 싶을 때

볼파스엔젤맨 히스토릭 언필터드 라거


생맥주 맛이 나는 캔맥주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캔맥주는 생맥주의 신선하고 풍부한 맛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지만 편리함이란 날개를 달았다. 덕분에 우리는 거리를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볼파스엔젤맨 히스토릭 언필터드 라거는 첫 모금 들이키는 순간 입안 가득 생맥주를 마시는 기분이 들어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 비밀은 이름 속 ‘거르지 않은’이란 뜻의 언필터드(unfiltered) 에 숨겨져 있다.


일반적으로 맥주는 유통 기간이 늘리기 위해 양조 과정에서 맥주 효모를 거르지만 볼파스엔젤맨 히스토릭 언필터드 라거는 맥주 효모를 거르지 않는 언필터드 기법으로 양조하여 마치 막 양조한 생맥주를 마시듯 신선하고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첫 모금은 98% 생맥주에  가까웠고 시간이 지나 마지막잔에 가까워지자 90% 정도 생맥주 느낌이 났다. 그리고 기분 탓인지 중간에 살강 씹히는 느낌도 들었는데 내가 잔을 깨끗이 씻지 않은 게 아니라? 언필터드 맥주여서이기를 바라보았다.



뒤집어 마시는 맥주


사진 속 이상한 점을 찾았는가. 위아래가 뒤집어져 언뜻 보면 불량품 아닌가 오해할 수 있다.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 계속 뒤집어 보게 된다. 이는 맥주를 마시기 전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효모가 맥주 전체에 고루 섞이도록 하기 위한 디자인으로 히스토릭 언필터드만의 특별함이다. 뒤집에 보관될 수도 있기에 입이 닿는 부분의 위생을 생각해 금박을 해두는 섬세함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유럽 맥주의 전통 사이즈인 1 파인트 (568ml) 용량으로 넉넉히 즐길 수 있다.



맥주 강국 리투아니아


볼파스엔젤맨은 맥주 강국 '리투아니아(Lithuania)'의 국민맥주로 170 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브루어리다. 독일, 벨기에가 맥주로 유명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리투아니아는 사실 좀 낯설다.


리투아니아는 3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작은 나라지만 40여 개의 브루어리가 300종이 넘는 다양한 맥주를 생산하며 열정적이고 고유한 맥주 문화를 이어오고 있다. 숫자가 감이 잘 오지 않는 분들을 위해 참고하자면 인구 오천만의 한국에는 약 160여 개의 브루어리가 있다고 한다.


포도가 잘 자라기 힘든 북유럽 기후의 특성상 리투아니아는 와인보다는 맥주가 발달한 나라다. 과거 북유럽 지역 농부들은 직접 빵과 맥주를 만들었지만 현재는 대부분 사라져 버렸지만 리투아니아에서는 아직도 그 전통이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지리적인 특성상 좋은 품질의 홉과 맥아가 생산되고, 깨끗한 물 또한 풍부하기 때문에 맥주 생산에 적합한 환경을 갖고 있다.


리투아니아의 생생하고 독특한 맥주 문화를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비르자이’ (Biržai)라는 작은 도시다. 이곳에는 맥주를 직접 만드는 소규모 양조 펍이 모여 있다고 한다. 간혹 공예품을 인터넷 직구로 사다 보면 리투아니아에서 제작된 아름다운 제품이 많아 독특한 미감을 가진 궁금한 나라였는데 이렇게 또 맥주 덕분에 리투아니아를 여행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볼파스엔젤맨의 히스토릭 언필터드는 이번에 마신 라거를 비롯해 헤페바이젠, 블랑 버전도 있다. 야호! 최근 새롭게 마셔본 맥주 중 람빅 다음으로 제일 맛있었으니 다른 시리즈도 믿고 마셔볼 예정이다.


*이 맥주를 다시 마실 생각이 있는가? 그럼요, 두 번 세 번 네 번도 마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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