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TLAS OF BEER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혜 Dec 03. 2024

[한국] 맥주 한잔으로 떠나는 스페인 여행

클라라 레몬 비어


맥주 ‘클라라’를 알게 된 건 바르셀로나를 다녀와 쓴 한 여행책에서였다. 클라라는 스페인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즐겨마시는 대중적인 맥주로 레몬맛 환타와 라거 맥주를 섞어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그 맛이 궁금해 만들어 먹어보고 싶었지만 한국에는 오렌지맛 환타만 있어 스페인 여행 투두리스에만 올려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근처 롯데슈퍼의 맥주 코너를 갔다 아름다운 플라멩코 복장의 여인이 그려진 클라라 맥주를 발견했다.


스페인에서 수입되는 제품인가? 상품 뒷면 제품 정보를 살펴보니 한국의 수제 맥주 브랜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놀라운 맥주)’에서 2024년 8월 출시한 제품이었다. 그래서 이 글의 분류를 스페인으로 해야 할지, 한국으로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내린 결론은 맥주를 양조한 브랜드 중심으로 나라를 분류하기로 기준점을 잡았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2016년 성수동 오래된 목공소를 개조한 공간에서 시작한 수제맥주 브랜드다. 홈브루어들이 합심해 만든 회사로 알고 있으며 이천에 맥주 공장을 두고 있다. 최근 맥주에 관심 갖기 시작하며 방문할만한 크래프트 맥주 펍을 이따금씩 눈여겨보고 있는데 다들 비슷한 톤 앤 매너라 살짝 아쉽다. 가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곳을 찾기 참 어렵다. 맥주 펍은 이러이러해야 해,라는 전통과 고정관념 사이 그 어디쯤에 있는 거 같다. 맥주가 지닌 남성성으로 투박한 스타일의 인테리어, 곁들이는 음식도 엇비슷해 차별점이 적다. 외연 확대를 위해 좀 더 유연하고 다양한 시각과 감성으로 접근하는 곳도 늘어났으면 하고 바라보았다.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 보았다. 귀여운 맛의 맥주다. 달달하고 알코올도 3%밖에 되지 않아 음료처럼 마셔도 좋은 맥주다. 이 지점에서 클라라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애주가들에겐 배척받을 것이고 술이 그저 쓰게만 느껴지는 사람들에겐 환영받을 것이고.  시트러스향 때문인지 첫맛에서 어딘가 호가든의 느낌도 났다. 달달한 스파클링 와인 마시는 느낌도 들고. 강렬한 스페인의 태양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걷다 마시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맥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맥주를 다시 마실 생각이 있는가? 일단 스페인에 가서 오리지널 클라라를 먼저 마셔볼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