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미할머니 Nov 29. 2023

차일피일,젝일

부끄러운 엄마, 게으름뱅이 윤 씨

 우리 회사에는 나를 브런치로 이끌어 주신 '브런치 스승님' 이작가님이 계신다. 또 함께 입문한 다른 동기 이작가님 있다. 스승님  글 염탐하며, 스승님 아이들과 여행에 나들이 가시는 거 훔쳐보며, 새벽 독서 생활 귀동냥하며 동기글 구독하며 그녀들의 십 분지 일이라도 따라 하면 나도 괜찮은 엄마가 되겠지 하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그 첫걸음으로 선택한 게 브런치와 블로그 글쓰기였는데 세상에 작심삼초도 이보다는 꾸준할 것이다. 입문하고 소재는 쌓여가는데 영 쓰질 않고 있다. 내가 쓸 예정인 소재를 나열해 보자면


1. 여름을 끝을 잡고 다시 한번 비수면 대장내시경 생생후기

2. 건방진 막내딸 엄마 아빠 우주 끝까지 괴롭히기

- 예시 하나. 유교학자인 아빠에게 나중에 돌아가시고 묘지 안 모시고 일본처럼 화장해서 집에 유골함 두겠어요. 아빠 질색팔색

- 예시 두울. 아빠랑 졸혼을 꿈꾸는 엄마에게 두 분 돌아가시면 합장하겠다. 심지어 유골을 하나의 함에 모시겠다. 죽어서도 떨어지지 못하시게. 엄마 절대 싫다 대분노

3. 0살부터 쓰고 있는 요미의 통장 한 줄

4. 서울-울산 분기부부 청산 했지만 같은 서울에 여전히 자기 부모님과 따로 사는 호적메이트 밍키와 미미

5. 철딱서니 없는 엄마 미미와 철 잔뜩 든 초1 딸 요미의 씐나고 힘들었던 도쿄 디즈니랜드 후기

6. 누구보다 멋지고 장점 많은 나의 사랑스러운 남편 밍키의 가장 큰 단점이 모든 장점을 갉아먹는 법

7. 1년이면 2~3번은 받는 부모교육, 요미 심리검사 변화 추이

8. 굳이 미성년 자녀에게 증여해서 2000만 원이 1400만 원 된 이야기


등등이 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젝일, 잊고 지내던 게으름뱅이 윤 씨에게 지배당해 시간을 흥청망청 쓰며 글을 쓰는 것도 읽고 쓰려던 이야기의 흥미로운 기억도 점점 잊어가려는 중이다.

안된다. 안돼. 이대로는 안된다. 겨울이 다가오면 날이 춥다고 해가 짧다고 더더더 게으름뱅이 윤 씨가 활개를 칠 테니 손가락이라도 좀 더 움직여보자. 하는 찰나에 여행지에서 짧은 메모와 그림을 그리는 요미를 보고 머리가 띵- 했다.


 항상 열심히 사는 내 아기 요미는 잘 때 들려주는 1분 명상 한 구절인 '나는 모든 것에 감사한다'는 문장을 공책에 적더니 문어를 그리고 다리 하나하나에 대한 감정을 여행 내내 틈틈이 적어 내려갔다. 문어의 머리는 하나이지만 심장이 세 개라서 감정도 다양하고 화냈다 안아줬다 할거 같다며. 마치 엄마처럼. 그러면서 문어의 꿈 노래를 부르던데 그냥 노래 부르고 싶어서 끼워 맞춘 건 아니니?

하여간 어찌 되었든 반성하겠다. 각성하겠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글이면 어떻고 짧으면 어떠랴. 꼬박꼬박 꾸준히 써내려 가보자. 저리 가라 게으름뱅이 윤 씨여! 깨어나라 귀염둥이 미미여!

<사진 출처 : pixabay.com>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