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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llee May 02. 2023

설렘은 비행기보다 느리다.

호주_뉴질랜드 여행기 2

   이번에는 대한항공을 타기에 인천공항 제2터미널로 갔다. 코로나 이전에 몇 번 간 적이 있지만 그 이후로는 간 적이 없어 마치 공항에 처음 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공항 가는 길에 느끼는 설렘을 오래간만에 맘 껏 즐길 수 있었다. 사실 요즘 공항에 자주 가다 보니 공항 가는 길 설렘을 잃어버렸었는데 터미널만 바뀌었을 뿐인데 잠시 잊었던 설렘 생기다니 조금은 우스웠지만 오래간만에 찾아온 즐거운 감정이기에 맘껏 누리기로 했다. 사실 결혼 전까지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나 해외로 가는 여행은 더더욱이나 말이다. 결혼 전에 해외는 주로 출장으로 가는 거라 여행의 즐거움보다는 즐 긴장감을 가진 채 출국을 해야 했다. 게다가 영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더더욱 해외를 나가는 게 싫었다. 하지만 결혼 이후 아내와 조금씩 여행을 하면서 조금씩 여행의 맛을 알아갔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 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영어는 여전히 못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인터넷과 구글번역으로 부담감도 상당히 줄어들었기에 더더욱 여행으로 해외를 나가는 게 즐거워졌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을 갈 때 가장 설레고 기분 좋을 때는 공항에 가는 길"이라고.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셀레는 마음으로 공항에 가지만 막상 도착하면 신경 쓸게 많아지기 때문이다. 체크인을 위해 줄을 서고 보안검사를 위해 줄을 서면서 설렘을 조금씩 깎아 먹기 때문이다. 물론 비행기를 탈 때 조금 설렘이 살아나긴 하지만 한 시간가량 비행기를 타면 그 설렘조차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여행의 설렘은 평소보다는 오래갔다. 제2터미널이 워낙 한산해서 그런가 공항에 도착해서 면세구역까지 가는데 30분도 안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렘은 비행기보다 느린 것 같다.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설렘은 사라졌다. 아니 속도가 느려서 뒤쳐졌는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써 보는 입국카드로 내가 긴장모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입국심사가 까다로웠기 때문에 입국카드도 꽤 신경을 써서 써야 했기 때문이다. 여행사에서 제공해 준 샘플로 별문제 없이 썼지만 긴장감은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터뷸런스가 심해서 뉴질랜드까지 가는 내내 비행기의 흔들림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원래 비행기를 타면 잠을 잘 못 자 선잠을 자곤 했는데 이번에는 거의 뜬 눈으로 뉴질랜드에 도착해야 했다. 하지만 나의 걱정과는 달리 무사히 입국을 했고 우리가 챙겨간 간식과 컵라면은 입국 신고 시 있다고 미리 밝힌 덕분에 무사히 사수할 수 있었다. 입국 심사사를 무사히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일단 긴장감은 많이 수 그러 들었다. 하지만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와서 체력적인 문제 때문인지 아님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와서 잠을 못 자 비몽사몽 해서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몸 컨디션이 회복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아침 도착이라 바로 여행을 시작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차를 타고 출발을 했지만 여정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의 첫 목적지가 공항에서 꽤 멀어 가는 동안 잠깐 눈을 붙일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여행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여행도 체력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몸 컨디션이 좋아야 야 여행도 즐길 수 있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젊을 때 여행하라고 말씀하시며 우리 부부를 부러워하셨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퇴사 후 쉬면서 여행을 다니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받는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되곤 했다. 어쨌든 눈을 감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는데 얼마 후 차가 정차하는 느낌에 눈을 떴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선 것이다. 잠깐이라도 잠을 잔 게 도움이 됐는지 정신이 조금 맑아지기 시작했다. 차에서 내리니 미세 먼지 없는 청량한 가을하늘이 맞이해 줬다. 게다가 길 건거편에는 넓은 초원과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을 보니 그제야 뉴질랜드에 왔다는 게 실감 나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친 뒤 식당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니 그제야 뒤처져 있던 설렘이 가을바람에 실려 내게 도착했다. 드디어 진짜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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