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수정 Jan 25. 2024

나의 첫 유럽 여행기   
(Feat. 독일 교환학생)

제22편 - 독일에서 독감에 걸리다. (감의 위로)

어느덧 독일 생활에 적응이 되어갈 때쯤 슈베비슈 할 시내 말고 다른 동네도 구경하고 싶어 졌고, 

그렇게 구글지도를 살펴보던 중 Lidl(리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 동네에는 REWE밖에 없었는데, 

이 기회에 Lidl을 가보면 좋을 것 같아서 언니와 함께 이곳을 가기로 결정을 했다.

Lidl에 가기 위해서는 동네 버스를 타야 한다.

날씨가 좋아서 충분히 걸어가도 됐지만,

우리는 세메스터 카드가 있었기 때문에 버스비는 무료라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아름다운 들판의 모습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가야 하는데, 가는 동안 예상하지도 못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항상 슈베비슈 할 시내 쪽만 다니느라 이런 곳이 있는 줄 상상도 못 했는데,

이런 곳이 있는 걸 발견하고 나중에 걸어서 산책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Lidl근처 버스 정류장에 내렸다.

나중에 슈베비슈 할 친구에게 들은 말이지만,

이쪽 윗동네는 슈베비슈 할 부자들이 사는 동네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다시 이 사진을 보니 집 외관부터가 확 다른 게 느껴진다.


독일 사람들은 옛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옛날 건물을 재개발하는 대신, 보존을 하는 데 더 신경을 쓴다고 한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옛집보다 더 세련된 새로운 집을 선호한다고 하니

역시 세속적인 것을 따라가는 것은 어느 나라나 상관없이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독일 오고 나서 처음 본 감

그렇게 정류장에서 5분 정도 걸어 도착한 Lidl.


우리 동네에 있는 REWE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물건 종류도 무척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게다가 감은 한국에서만 파는 줄 알았는데, 독일에도 감이 팔길래 호기심에 하나 사 왔다.

그렇게 1~2시간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우리는 DB지도에서 알려 준 정류장을 갔는데,

정류장 쪽으로 오시던 기사님이 손짓으로 우리 앞에 있는 정류장에 가라고 하셔서 재빨리 뛰어 앞에 있는 무리와 합류를 했다.

아무래도 시골이기 때문에 버스가 많이 다니지 않는데, 버스 기사님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버스를 놓치고 한 시간 넘게 기다릴 뻔했다.

그렇게 다시 방에 와서 장을 본 걸 정리한 후, 언니와 잠깐 동네 산책을 하기로 했다.

날씨가 너무 좋은데 방에만 있기 아까웠고, 또 며칠 전에 내가 발견했던 공원을 소개해주고 싶어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열심히 공원 쪽으로 산책도 하고, 시내 중심지를 벗어난 주택가도 같이 걸었다.

독일의 반사경

이곳도 단풍이 가득 물들어서 거리가 너무 아름다웠다.

게다가 무척 한적하여 새소리 밖에 들리지 않던 이곳에 살게 된다면,

걱정이 하나도 없는 삶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예쁜 나무들을 배경으로 사진도 많이 찍었다.

그렇게 산책을 마치고 집에 다시 돌아와서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날 저녁부터 몸이 좋지 않다는 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단순 감기 몸살이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몸이 으슬으슬 떨리며 밤부터 고열이 시작되었다.

유럽 친구들에 의하면 단순 열, 감기 정도로는 병원을 가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서 그냥 따뜻한 물을 마신 뒤 억지로 잠을 청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몸이 바르르 떨릴 정도로 추위를 느끼며 깼고, 목도 정말 아팠다.

단순 감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지만, 이미 늦은 밤이었기 때문에 병원에 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같은 숙소에 살고 있는 독일 친구에게 시럽 감기약을 받아서 먹었고,

옆방 언니의 전기장판을 빌린 뒤 8단(전기장판 최대단계)까지 올려서 다시 잠을 자기로 했다.


그런데 너무 아프니까 잠도 오지 않았고, 결국 아픔을 그대로 느끼며 새벽까지 깨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침이 밝아오고 병원이든 약국이든 가고 싶었지만, 주말이라서 연 곳이 없길래 그곳을 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한국이었으면 새벽이어도 바로 응급실이라도 달려갔을 텐데, 

독일에서는 응급실이 어디 있는지도,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몰랐기에 아프기만 한 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서 눈물이 났다.

(이렇게 아프고 나니까 미리 주변 근처의 병원을 알아 놓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 며칠 뒤에 안 사실인데, 이 당시 독일에 독감이 유행 중이었고 나도 독감에 걸렸던 것이다.

독감에 걸려본 게 처음이었을뿐더러 

병 때문에 이만큼 아파본 게 태어나서 처음이었던 것 같아서 더 서러웠다.

그렇게 방에서 3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아프기 시작한 당일 날 Lidl에서 장을 봤었기 때문에 방에 먹을 게 있었다는 것이었다.


특히 호기심에 사 본 감도 있어서 감을 깎아 먹기로 했다.

마침 방 바로 앞에서 공사를 하고 있길래 감을 먹으며 구경을 하기도 했다.


감은 한국 감 맛과 똑같았고, 오랜만에 고국의 맛을 먹으니 꼭 한국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타국에서 혼자 아프니 서러웠지만, 한국의 맛이 나는 감이 꼭 위로를 해주는 것 같았다.

(쓰고 보니 독감, 감. 똑같이 '감'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데, 둘의 역할은 정반대이다.)

어느 정도 몸이 괜찮아졌을 때 팀플을 하기 위해 친구 집에 방문했다.

오랜만에(?) 밖에 나오기도 했고, 날씨까지 좋으니까 무척 행복했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 독일 가을을 즐기지 못하고 독감에 걸려 며칠 방에서 지내야 했다는 게 조금 아깝긴 했지만, 그래도 다시 밖에 나와서 구경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팀플을 하면서 귀여운 니나랑도 놀며,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첫 유럽 여행기   (Feat. 독일 교환학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