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챙기는 작은 방법
냉장고 정리를 오늘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른 퇴근으로 시간이 있어, 미루고 미뤘던 냉장고 정리에 손을 댔다.
알 수 없는 냄새와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비주얼부터, 우리집에 이런 통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통들이 냉장고에서 나왔다.
싱크대는 통들로 넘쳤고, 음식물 쓰레기 봉지는 하염없이 부풀어졌다.
나는 현재 1인가구 생활을 하고있다.
서울에서 자취중이며, 동생과 함께 살고있다.
그렇게 사실 2인가구의 생활을 자취생의 신분으로 유지 중이다.
그러다보니, 온갖 정리와 청소는 순전히 우리들의 몫이었다.
끊이지 않는 집안일에서 신경을 덜 쓰던 냉장고 정리를 오늘에서야 시작했다.
그리고 1시간 반의 정리 결과, 자취생의 방의 냉장고에서 2개의 매우 뚱뚱해진 검정 비닐봉지 한가득이 나왔다. 결과는 20개의 통과 2.45kg의 음식물쓰레기 양이었다.
그렇게 1시간 반의 정리를 하며 느낀 점이 있다.
이 기점을 시작으로 이제는 달라진 삶의 태도로 더욱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해야하는 이유
우리의 뇌는 기억 망각소이다. 강렬하고 반드시 필요한 기억들만 기억하느라, 그 외의 것들은 기억하지 않는다. 바로 냉장고 속 음식들이 그러하다.
미래의 내가 먹겠지 하며, 아까운 잔여 음식물들을 고이 통에 담는다. 그리고 잘 보관하기 위해 뚜껑을 세심히 닫는다. 그리고 그 통을 냉장고의 빈 자리에 넣는다.
그렇게 그 음식은 3일, 5일, 10일, 15일, 20일, 25일, 30일, ..., 45일, 60일, 80일, ..., 100일 이상이 지난다.
물론 중간에 먹어 헤치워진 음식들도 있다.
그러나, "오늘은 이 음식이 땡기지 않아", 라며 그 음식의 섭취는 미뤄진다.
그렇게 우리의 기억 속에는 그 음식들의 존재가 잊혀진다.
흐릿해지며, 어느 정도의 양과 어느 상태로 보관되어있는지조차 잊게된다.
그렇게 그 음식들은 우리 머릿속에서 살아진다.
'언젠가는 먹겠지, 하겠지'라는 생각이,
'결국 잊혀졌네'로 돌아왔다.
고로 나는 이걸 느꼈다.
미래의 나는 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 해야하는 이유와, 지금 처리해야하는 이유인 것이다.
냉장고의 규칙과 체계, 분류를 실천하기로 했다.
첫째, 각종 칸의 쓰임과 용도를 정한다.
냉동실의 첫번째 칸은 각종 디저트, 두번째 칸은 야채 및 각종 식재료 보관용, 세번째 칸은 얼음 칸으로 명명했다.
냉장실에는 가장 윗칸은 냉장보관해야하고 키가 낮은 양념장들, 위에서 2번째칸은 과일 칸들, 위에서 3번째 칸은 이번주 식재료 및 반찬, 마지막 하단에는 싱싱한 야채들을 넣기로 했다.
둘째, 냉장고 내부는 60~80%의 여유공간을 늘 확보해놓는다.
나의 냉장고에 무엇이 있는지를 한눈에 보기 위함이다.
꽉 꽉 채워넣는 것보다 한켠의 여유와 여백을 채워넣는 것.
그로인해 유효기한이 지나지 않고, 그 전에 섭취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셋째, 청결하고 깨끗하게 유지한다.
이는 습관이다. 매일 매일 바로 손질해놓고, 섭취 후의 남은 음식은 바로 바로 섭취를 위해 가장 잘 보이는 칸에 놓는 것. 그리고 냄새로부터 멀리하기 위해, 각종 탈취제와 묻으면 바로 닦는 냉장고에도 데일리 루틴을 만들기로 했다.
넷째, 냉장고 정리는 매주한다.
매주 냉장고는 비운다. 마음 속으로는 매주 금요일 이렇게 정했다. 그러나 유동적인 스케쥴로 인해 한 주가 가기 전 주말 혹은 주중에 수시로 정리해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
쓰지 않으면 결국 다 쓰레기로 가는구나
쓰임을 기대하고 넣었지만, 결과적으로 쓰임을 받지 못하고 쓰레기통 신세로 가는 음식들이,
어쩌면 나의 인생에서의 내 역량들처럼도 보였다.
나로 하여금 기대치가 있어 기대감을 받는 나의 역량들이 직장에서 사용되지 못하는 것을 볼 때,
할수있는 나인데, 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산다는 것 자체에는 버려지는 것들이 생긴다.
우리가 자고 일어나서 먹고 싸고 씻고하는 것만 해도, 먼지와 각종 쓰레기는 생긴다.
그러기에 치우고 닦고 쓸고 청소하는 것은 반복해야하는 일이다.
그 반복이 더 이상 싫다면, 버려지지 않도록 써야 한다.
나의 커리어에 대한 정리를 하기보단, 커리어를 활용하는 방법이 그러하다.
작은 생활습관들의 개선이 나의 미래의 변화를 만든다.
식재료가 가장 휘발성이 강한 제품들이다.
보통 가공되지 않은 신선식품들은 유통기한이 짧다.
그러기에 바로 쓰지 않으면, 쓰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식재료의 성격때문에, 식재료를 잘 관리한다는 것은
그만큼 수시로 부지런하게 꾸준히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냉장고 정리는 더더욱 중요한 관리 항목이다.
건강하게 살려면, 나를 챙기는 것에서부터
건강하게 사는 방법 중 하나는 나를 소중하게 대하는 것에서 온다.
그리고 그 소중하게 대하는 방법은 나에 대한 관리와 나의 주변관리에서 나온다.
'나'와 '내 주변'이 내 인생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나를 가꾼다는 것은 냉장고 정리와 같은 이런 사소한 주변정리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를 챙기는 자기관리, 나의 주변을 챙기는 주변관리, 환경관리에서부터 조금씩 변화된 삶을 살아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