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이름 '한강' 한국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의 쾌거를 이룬 그녀. 축하합니다!내 일이 아니나 내 일처럼 기쁘고 감격스럽고,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국위선양이 이런 걸까? 노벨문학상수상 작가의 책을원서로 읽는 기쁨을 느끼게 해준한강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런데 나는 그녀의 독자가 아니었다. 도서관에서 그녀의 작품을 훑어보다 어려운 문체와 어두운 내용에 내려놓길 몇 번. 노벨상 수상이 알려지자 발 빠른 독서가들이 재빨리 빌려 갔고, 궁금해도 당장 읽을 수가 없었다. 그때 읽을걸… 후회하는 와중에 기적적으로 교회 도서관에서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빌렸다.
'한강'의 작품세계에 빠질 결심을 하고 나에게 그녀의 첫 책인 <소년이 온다>를 펼쳤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읽어 내려갔는데도 충격적이며 생각보다 더 마음이 아프고 먹먹하다.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그날의 광주에 대한 영화나 드라마를 여러 편 보기도 했으나 글로 만나는 그날의 광주는 더 끔찍하고 소름 돋는다. 작가는 '국가가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의 잔혹성'이라는 주제를 215페이지에 걸쳐 끝까지 밀고 나간다.
시민 군이라 불리는 광주 도청에 남은 자들이 질 줄 알면서도 싸운 이유는 '양심'이다.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인 양심(良心) 말이다. 당시 중학교 3학년, 16살의 소년 '동호'도 그들 중 하나다. '눈부시게 깨끗한 보석'인 양심에 강하게 사로잡혀 함께 했던 친구를 찾고, 희생당한 자들의 염을 담당하기도 한다. 16살의 소년에게조차 총을 쏜 군인들과 그들의 대장은 양심이 없이 태어난 사람들일까?
1980년 5월이 지난 이후의 시민 군들과 그들의 가족의 삶은 평범한 일상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비극적이고 비참하다. 그냥 목숨이 붙어 있기에 살아간다. 살아내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들도 있었다. 남은 자의 비참함과 고문의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대신 잘 써주셔야 합니다. 제대로 써야 합니다. 아무도 내 동생을 더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 써주세요.”
에필로그에서 '동호'의 작은형의 이 말이 나를 울렸다.작은형의 부탁대로 작가는 제대로, 잘 쓰는 일을 해내 그날의 광주를 겪은 이들에게 따스한 빛을 선사한다. 작가가 받은 노벨문학상이 그들의 양심이 옳았다고 말해주는 역사적 평가가 아닐까?
역사 전공자인 나조차도 5•18 민주화운동을 머리로만 알았다. 민주화를 위한 투쟁 정도로 여겼다. 내 일이 아니기에, 내가 살던 시공간이 아니란 이유로 당사자들과 유가족들의 심정을 헤아려 본 적이 없다. 소명의식을 가진 작가의 뜨거운 가슴과 섬세한 손끝에서 탄생한 <소년이 온다>는 44년 전 광주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게 해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