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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e Dec 18. 2024

언어라는 실로 연결된 우리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
나의 글쓰기 쿵쿵! 쿵!
가슴을 쿵쿵 울렸던 것을 떠올려보라고 해서 짧게 적어보았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식과 연회를 보는 내 가슴이 쿵쿵 뛴다.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시국에 귀가 정화되는 기쁜 소식이다. 12월은 한강의 달이여야 했는데...
자랑스러운 이름 '한강'
한국인 최초로 노벨상 수상의 쾌거를 이룬 그녀.
내 일이 아니나 내 일처럼 기쁘고 감격스럽고, 한국인으로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국위선양이 이런 걸까?
정갈하고 단단한 그녀의 목소리로 듣는 수상소감도 하나의 작품 같아 "우와!" 탄성이 터져 나온다. 몸에 핏 되는 블랙 롱드레스도 작가님과 너무 잘 어울린다. 노 메이크업, 노 액세서리. 미니멀하고 심플하지만 우아하고 단아하다. 외면보다 내면적 성찰에 더 신경 쓰는 평소 작가님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작가님의 수상소감도 하나의 작품이라 전문을 찾아 읽어보았다.

가장 어두운 밤,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는 언어,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는 언어, 우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언어가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소감 중에서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 주는 금실이지

필멸하는 존재로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노벨문학상 수상강연 중에서

언어를 서로를 연결해주는 도구로 표현하셨다. 특히 '빛을 내는 실'이란 뜻의 '금(숲) 실'이란 단어가 인상적이다. 2연으로 이루어진 저 시를 8살 때 쓰셨다는데, 8살 여자아이가 금실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도, 떨어져 있어도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무언가가 있다고 여겨지는 이들이 있다. 필사모임이나 독서모임, 글쓰기모임이 그렇지 않을까. 블로그와 브런치에서 만나는 작가님의 글들도 그러하다. 느슨하나 단단히 연결된 우리, 언어라는 실로 연결된 우리. 오래 함께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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