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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서문

브런치 북 <엄마의 오전은 고요하다>를 발간하며

by 캐서린의 뜰


지난 1년간 쌓은 글들을 추려 브런치 북으로 엮었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적어도 브런치 북은 3년 후에나 발간해야지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작년 가을의 글들을 보다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을 했다. 정말이지 3년 뒤쯤 이 글들을 보면 죄다 재활용 불가능한 폐기물에 가깝겠지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브런치 북이 2-30편 내외의 글을 묶는 일이라면 재활용 가능한 신문꾸러미를 노끈으로 묶는 마음으로 일단 솎아보자고 다짐했다. 더 누레지기 전에.


그 사이엔 생선을 굽는다고 프라이팬 위에 덮어 기름이 밴 신문지처럼, 나물을 다듬는다고 펼쳐놓았다 흙이 묻은 채로 도로 접어놓은 신문지처럼 버려야 할 폐지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 낯부끄러운 글 뭉치 속에서 나는 한결같이 그 무언가를 나직이 얘기하고 있었다. 대단한 사상이나, 이념 혹은 깨달음은 아니었다. 그저 고요한 시간의 독백이었고, 어쩌면 소수의 독자를 위한 방백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전업주부로 살아온 십여 년, 그동안 가시지 않는 목마름, 그 갈급함을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들로 풀어내었을지도.


비록 아이들 등교 후 시급 0원의 파트타임 아마추어 작가란 신분이었지만 그 시간들을 감사히 여겼고, 그 축적된 시간들이 무형의 브런치 북이 되어 온라인 어딘가에 떠다니는 것에 만족하려 한다. 적어도 나무에게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음을 위안 삼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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