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빵집에 가면 집게를 들고 머뭇거리는 곳이 있다. 바로 에그타르트 앞. 그런데 묵직한 빵 서너 개를 올려 이미 무거워진 쟁반에 저 앙증맞은 한입 크기의 에그타르트를 올리는 건 늘 망설이다 등을 돌리고 계산대로 향하는 것으로 끝이 나곤 했다. 작고 비싼 에그 타르트에 대한 금전적인 저항이기도 했고 내 기대에 부응하지 않을 거라는 예견이 늘 에그타르트와 나 사이를 가로막고는 했었다.
은근한 단맛의 크림과 계란의 묵직한 고소함이 어우러진 갓 구운 에그타르트를 한 입 베어 물면 잠시 세상의 소요에서 멀어지고 부드러운 평화가 찾아오는 듯했다. 어쩌면 나는 이 순간을 바라며 나만의 에그 타르트를 찾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한껏 기대에 들떠 맛본 에그 타르트 필링에 단맛이 강하면 실망과 함께 슬픔이 몰려온다. 고심 끝에 큰맘 먹고 산 에그 타르트인데, 커스터드 크림 같은 에그 타르트를 만나면 테이블 위로 묽게 툭 덜어진 커스터드 크림처럼 부풀었던 내 마음 한쪽도 푹 꺼지고 만다. 내가 만나고 싶던 에그 타르트는 이게 아니었는데.
한동안 나는 에그 타르트를 먹지 못했다. 망설임 끝에 샀으나 번번이 내가 원하던 에그 타르트 맛이 아니었고 그래서 빵집에 가도 에그 타르트를 고르기를 점점 주저했다. 그런데 몇 년째 사 먹지 않았던 그 에그 타르트가 올해는 유독 자주 생각났다.
가만히 떠올려보니 포르투갈에 가 보지 않은 내가 가장 기억하는 에그 타르트는 마카오나 홍콩이 아니었고 상하이에서였던 것 같다. 그것도 심지어 상하이 kfc의 에그 타르트. 특별할 것 없는 그곳 에그 타르트가 기억에 남은 건 맛 때문이 아니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조금 쌀쌀한 아침 공기만 허기진 배에 채워져 있던 가을 어느 날, 그 사람과 커피 한잔에 두 개씩 사이좋게 나누었던 에그 타르트여서 그랬었다는 것을. 올 가을 들어 부쩍 왜 에그타르트가 먹고 싶던 건지 글을 쓰다가, 기억의 태엽을 느릿느릿 감다가 문득 알게 된 사실에 마음 한 조각이 에그 타르트를 감싼 페이스트리처럼 산산이 부서져 발아래로 떨어진다.
지난주 친구를 만나러 홍대 근처로 외출을 했다. 친구와 헤어지고 서둘러 집에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그날, 몇 해전 겨울 연남동을 우연히 걷다가 보았던 에그 타르트 전문점이 떠올랐다. 그땐 오후 다섯 시 무렵이라 이미 다 팔려버렸고, 다음에 한 번 다시 와야지 하고 아쉽게 돌아섰던 그 가게.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거리, 누레진 기억을 헤집고 연남동의 그 에그 타르트 가게를 홀로 찾아가 보았다. 가게 이름도 기억이 안 나고 근처의 길목과 가게에 난 조그만 붉은 창틀만 기억났는데 다행히 없어지지 않고 멀지 않은 근처로 옮겨서 영업 중이었다. 점심을 막 지난 시간이라 에그 타르트는 충분히 남아 있었고 나는 6개들이 한 상자를 샀다.
조심스레 에그 타르트 상자를 들고 돌아오는 길, 내가 잠시 머물고 싶은 시간 속의 나와 내 앞의 그 사람은 만날 수 없지만 그 시절을 부드러운 달콤함으로 채워주었던 에그 타르트라면 이 가을, 나는 잠시나마 추억의 갈피에 기대어 평온한 오후를 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연남동의 에그 타르트 후기
제가 찾던 그 에그 타르트 맛과 흡사했어요.
’시나몬 가루 뿌려드릴까요‘ 하는 사장님 제안에 ‘네’ 하시길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