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시선보다 신의 시선을 의식한 작품
앳된 얼굴을 한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끌어안고 있다. 성모 마리아는 눈을 감은 채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으며 예수는 그 축 늘어진 몸을 어머니 품에 편안히 맡긴 듯하다. 이탈리아어로 동정, 슬픔, 경건함을 뜻하는 ‘피에타’는 기독교 미술의 한 주제로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를 안고 슬퍼하는 모습을 주로 표현한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대리석으로 제작 되었는데, 돌로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의 팔다리 근육, 핏줄과 뼈를 생생하고 세밀하게 묘사하였다. 미켈란젤로가 활동 했을 당시에는 광장, 극장 등의 공개적인 장소에서 시체 해부가 많이 이루어졌다. 그 역시 많은 시체 해부를 참관하고 직접 실습을 해보기도 하면서 인체 뼈 위치와 근육의 움직임에 대해서 공부하여 이를 작품에 반영하였다.
르네상스의 회화와 조각은 주로 ‘피라미드 구조’로 제작되었다. ‘피라미드 구조’는 삼각형 속에 장면과 주제를 배치하여 구조적 안정감을 줌으로써 관람객의 집중도를 높인다. 이 작품은 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조각 하단부가 작품 전체를 지탱할 수 있도록 성모 마리아의 머리는 작게, 몸통과 입고 있는 옷은 더 크게 표현된 피라미드 구조다. 예수를 감싸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옷감은 바닥까지 이어져 작품 전체를 안정적으로 받치고 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성모 마리아의 몸은 예수에 비해 거대해져 예수가 마치 어린아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작품들은 성모 마리아보다 죽은 예수의 몸을 더욱 드러내고 예수의 고통을 부각시킨 것과 달리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예수보다 커다란 성모 마리아에 더 시선이 간다.
그러나 시선을 옮겨 이 작품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이 작품은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거대한 성모 마리아의 모습은 사라지고 인류 구원의 사역을 마친 예수의 모습만이 남는다. 인간의 시선으로 이 작품을 바라보았을 때 보이지 않던 예수의 모습이 신의 시선으로 위에서 바라볼 때 온전히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인간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신과 소통하며 신을 더욱 더 높이고 싶었던 미켈란젤로의 마음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