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사랑에게
찬 공기가 갑작스럽게 코끝을 스치며 온몸이 시리기 시작하는 날은 매 년 돌아오지만 늘 갑작스럽다.
한겨울 패딩과 목도리를 그제야 주섬주섬 꺼낸다. 핫팩을 서둘러 주문하고 옷장 구석에서 뒹굴던 수면 바지와 양말을 찾아본다.
그리고 시리도록 공허함이 계절의 기억과 함께 슬그머니 찾아온다.
이 시림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는가.
그저 추운 것도, 몸이 떨리는 것도 아닌 시리다는 단어. 이 세상의 수천수만 명의 마음을 이처럼 잘 대변하는 표현이 또 있을까. 아리면서 서늘하고, 잔잔하게 뼛 속까지 스며드는 한기. 그 어떤 온기로도 진정이 안될 것만 같은 을씨년스러운 공기와 생명을 잃은 상실감.
그러나 이제는 이 몸서리쳐지는 한기를 즐거워하고자 한다.
서늘함을 즐기며 이 안에서 뛰놀고자 한다.
온기 없는 세상에서 홀로 추는 춤.
너 눈부신 사랑아,
눈비 사이로 구석구석 스며드는 환희(歡喜)에게,
내가 이 암흙 같은 어둠에 너를 잠시 놓아두어 어둠을 도망치게 한다.
내 너를 보며 기쁨을 이기지 못하니
너 광명(光明)하는 빛이여,
서늘함 속에서 마음껏 춤추고 달려라.
진눈깨비와 서리 사이에서 춤추며 높이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그대의 모습을 그 어떤 말로 감상하랴.
이 세상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너 사랑스러운 사랑아,
나는 기꺼이 그대의 그림자가 되어 그대의 자유와 영광을 기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