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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숨날숨 Jul 09. 2024

그래서 나는 다시

I can do it with a broken heart


근 한 달을 나는

날씨 탓하며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들을 보냈다.


나와 같은 직종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자신의 일에 열중해 본 사람들은

공감할 것 같은 데


일에 온 집중을 다 쏟고 집에 오면


내 모든 자아가 다 지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수에게서 독립하고 얼추 나는 이제

기본은 하는 간호사가 됐다고 생각한다.


주사 놓는 것도 라인을 잡는 것도

수술 후 환자 케어를 하는 것도

환자 응대하는 것도

병원 돌아가는 흐름도


얼추 익숙해지면서


일에 대한 억울함과 속상함도

같이 커가기 시작했다.


최근엔 일로 정말 억울한 일을 굉장히

많이 겪으면서

흔히 말해 ‘현타’가 정말 크게 왔다.


나도 사람인지라

정말 더 마음이 가는 환자도 있고

정말 말을 이렇게 괴팍하게 하나 싶어서 반감이

드는 환자도 있다.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는 것 뿐이지만,

짜증만 늘어놓는 아픈 환자가 이해가 가면서도

갑질을 당하는 기분이 들면서도


내 일이니 어쩔 수 없다 하고 참으면서 지냈다.


간호사는 환자에게 대부분 미안해만 할 존재인 것만

같았다.


여기가 내가 오래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더 목적성이 의심이 들기도 했고

결국 생각이 타고타고타고타고 올라가


직업의 의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내가 뭣 때문에

뭘 위해서.


해답을 찾기 위해

여러 선생님께 여쭤본 결과


대부분은 이 일을

첫째로, 돈을 벌기 위해

즉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이제는 나한텐 아직 부족한 이유였다.


어제도 여전히 퇴근 후

텅 빈 쓰레기통 마냥 집에 와

짐 정리를 하다


우연히 환자에게 받은 따뜻한 기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아직 어려보이기 때문에 어리다는 이유로

자신의 몸이 아파도


어리다는 내가 상처받을까

나에게 괜찮다며 ‘관대함’을 보여주던

환자들.


처음 내가 라인을 못 잡을 때

이럴 때 연습해보라고 선뜻 팔도 대주던

환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은 웬만하면 성공하는 단계까지 왔다.


(물론 선배님들의 팔 희생은 덤.내 노력에 자부하진 않지만 여러 사람 희생해서 정말 노력 많이 했다.감사해랏..)


가끔 밥 못 먹는 나를 걱정해주던 따스함

수술 환자 받느라 좀 늦어도 이해해주는 환자들


그 사람들은


보호받기 위해 병원에 왔음에도

타인도 나도 지키는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아직 따뜻한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다.


날씨 탓인지 서로에 대한 불쾌지수가 치솟는 와중에


병원은 아직 그 따스운 정이 많이는 아니고 절반..응..

은 남아있는 공간이다.


아직 내가 많이 부족한 간호사임에도

환자한테 고맙다는 말을 들으며 받는 기억들에 대한

미안함이 교차하면서


이게 내 일이군아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우스갯소리로 돈 벌라고 하는 거지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결국


나도 지키고

너도 지키기 위해

(물론 돈70% 의의30% 정도인 거 같다.)


그 의미를 알기 때문에

또 그런 세상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 같다.


그게 내가 노력할 이유고

참을 이유고

더 이해심이 많을 이유인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런 어른들을 보고 배웠기 때문에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어른이 되어야 한단

생각이 들었다.


이게 내 중심이다.


그리고 다시 출근을 한다.

(아 그래도 쉬는 날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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