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던 시절, 20대가 되면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길 때마다 마음속에 초를 하나씩 켰다. 그 수가 얼마나 많았던지, 혹시 마음이 다 타버릴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럼에도 수많은 촛불들은 황홀하고도 찬란하게 빛났고, 시골에서 본 쏟아질 듯한 별무리보다도 더 나를 벅차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저 촛불들을 세상 밖으로 꺼낼 생각에 한껏 기대하며 20살이 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내가 마주한 20대는 예상과 달랐다. 끊임없이 '실패'와 '좌절'이라는 거대한 폭풍들이 휘몰아쳤다. '삼수, 5번의 공무원 시험 불합격, 절교, 첫사랑, 외로움 등등'그 폭풍들이 얼마나 다채롭던지, 내일은 또 어떤 폭풍이 몰아칠까 기대가 될 정도였다. 그럼에도나는, 그동안 차곡차곡 켜왔던 촛불들이 꺼지지 않게 꼭 품었다. 촛불 때문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폭풍들 때문에 등에 많은 생채기가 생겨도 포기하지 않았다.
픽사베이 무료 이미지
어느 날, 나의 한숨에 불 하나가 꺼졌다. 가슴은 조금 차가워졌고, 등에 난 생채기 중 하나가 아물었다. 순간 약해진 고통을 맛본 나는, 그렇게 촛불들을 모조리 꺼버렸다. 가슴과 등, 그 어느 곳에서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뜨겁고 눈부신 활기로 가득했던 마음에는 차갑고 어두운 적막만이 남았다.
'좀 더 견뎌볼걸.' 하는 후회와 미련에 그 자리에 꽤 오랜 시간을 머물게 되었다.
마지막 20대 생일이 찾아왔고, 29개의 촛불이 눈앞에 있었다. 그리워하던 황홀함이 눈앞에 펼쳐졌다.
소원을 빈다는 핑계로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꼭 감아 불빛의 잔상을 떠올렸다.
그리고 눈을 뜨고 초를 불며 결심했다.
‘이젠 앞으로 나아가자!'
픽사베이 무료 이미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촛불을 괜히 꺼뜨렸다는' 후회와 미련을 털어내야 한다.
다시 마음속에 촛불들을 켜고 그 초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마음 정리하기'
엉망진창이 된 어두운 마음속을 깔끔하게 정리하기 위해 나의 20대를 돌아봐야 했다. 보고 싶지 않던 시기를 마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마주해 보니, 생각보다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 시기에 겪었던 일들을 통해 많은 교훈이 남아 있었고, 반면교사 삼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정리를 하다 보니 잊고 있던 행복하고 즐거웠던 일들도 떠올릴 수 있었다. 또 내가 스스로 감춰두었던 감성적인 생각들도 꺼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