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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Aug 13. 2023

자신을 소개해 주세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명확하고 간결하게, 가급적이면 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싶어 했다. 본인의 호불호를 확실히 알고, 자신을 어떠한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나는 왜 항상 모호하고, 남들이 말하는 나에게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랬다 저랬다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일까.

 

 확실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정해진 취향은 새로운 경험으로부터 나를 멀어지게 하고, 기존의 형체만 굳건하고 선명해질 뿐. 뚜렷한 취향이 없기 때문에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내가 더 즐거울 것이라고. 어쩌면 그들은 지루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취향을 찾아가는 재미를 더 누리면 되는 거라고 누군가 말했다.

 덧붙여 반박하듯 나는 호불호의 경계가 희미하다고 말했다. 정말 그렇다.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어느 정도 큰 차이가 없으며 불호의 영역은 더욱이 생각해 보면 싫지 않은 것도 같았다. 경계선은 언제든 지워질 수 있는 것이었고, 손바닥의 앞뒷면처럼 바로 엎어버릴 수 있는. 딱 그만큼의 차이인 경우가 많았다. 음식을 예로 들자면, 개인적인 호불호의 기준은 내 돈을 주고 사 먹냐, 아니냐로 나누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대부분 나쁘지 않다고 대답한다. 그럼 어떤 걸 싫어하냐 묻길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못 먹을 음식은 없었다. 타인이 사주면 먹지만 내가 자의로 먹지 않는 음식을 불호의 영역으로 넣기로 했다. 아주 애매한 경계를 가진 나만의 약속이다. (현재를 기준으로 불호 음식을 하나 뽑자면 회. 먹을 수는 있지만 절대 직접 사 먹지는 않는다. 한 번은 해산물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대게와 새우를 야무지게 발라 먹는 나를 보며 누군가는 너 해산물 좋아하네.라고 말하길래 해산물 중에서도 날것으로 변경했다가 그 친구와 초밥을 맛있게 먹은 뒤로는 회로 정정했다.)

 누군가는 답하기를, 취향의 스펙트럼이 넓은 거네.라고 말했다. 답변이  마음에 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편으로는 어떤 방면으로든 뚜렷해지길 바랐다. 취향이든, 성격이든. 남들이 나를 떠올릴 때, 공통된 선명한 이미지가 그려지길 바랐다. 아마 거기서 기인한 거겠지. 나 자신을 설명하고 싶어 하는 이유. 스스로를 잘 아는 것 같은 사람을 동경하는 이유.

 나를 어떠하다고 설명하는 순간부터, ‘어떠한 사람’처럼 행동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항상 예외 없이 ‘어떠한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나? 그럴 수 없다면 나를 ‘어떠한 사람’이라고 말해도 되는가? 가끔씩 나 자신과 되고 싶은 나를 혼동하곤 한다. 꿈꾸는 이상이 곧 나일 것이라고 동일시하게 된다.

 누군가가 나에게 심어준 씨앗은 자라 물음표가 되었다. 끝없는 질문 끝엔 굳이 나를 타자에게 설명하려거든 앞에 아주 상세한 말을 덧붙여 상황을 규정해야 하며, 그렇게 설명한 게 정말 본인이라고 생각하냐 물으면 도리질을 할 것이다. 그러니 나는 그 어떤 사람이라고도 하지 않기로 했다.


 필요 없는 설명서일 수도 있지만  명쯤은  글을 보고 나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믿으며. 당신과 비슷하고  전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설명할  없는 사람. 지금까지는 나와 가장 가까운 문장. 언제든 변할  있는. 나를 알고 싶거든 곁에서 오래 겪어보는  추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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