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지치지 않게 돕기
예중 입시를 준비하며 가장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는 학과 공부를 할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예중 입시는 실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보통 실기 160점, 학과 10점, 출결 10점의 구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5학년 겨울부터 학과 학원을 그만두고 미술 실기에 올인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미술학원의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학과 공부 학원을 병행할 수가없다.
꼬마그리미 역시 겨울방학 동안 주 6일, 하루 2타임 (8시간) 실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사이에 틈을 내어 학과 공부를 조금씩 병행하기 때문에 사실상 온전히 쉬는 날이 없는 샘이다. 학생들은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을 이용해 학과 공부 학원을 다니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학과 공부와 실기 시간 사이에서 부모의 고민이 시작된다. 이렇게 공부할 시간이 없는데 만약 예중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따라 잡을 수있을까?
예중 입시에서 반드시 생각해야 할 현실이 하나 있다.
모든 아이가 합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불합격 한다는것.
입시를 준비하는 동안 실기에 집중하게 되지만 결과적으로 불합격 할 경우 일반 중학교에 진학해야 한다. 그 순간 아이는 초등 고학년부터 중등 준비를 꾸준히 해온 학생들과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해야 한다. 그래서 예중 입시 준비는 실기만 바라보고 달릴 수도 없고 학과 공부를 완전히 놓을 수도 없는 구조다.
결국 부모는 두 가지를 줄다리기를 하며 매번 균형을 맞추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입시 준비 과정 중 겨울방학은 매우 중요한 시기다.
실기 시험을 앞둔 여름방학이 되면 대부분의 입시 미술학원에서 하루 3타임 (12시간) 실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때 부터는 학과 공부는 내려 놓고 실기에 올인해야 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겨울방학까지는 가능한 한 학과 공부 시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꼬마 그리미도 겨울방학 동안 실기 시간을 기준으로 생활을 맞추면서도 학과 공부 시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려고 애썼다. 미술학원과도 계속 상의하고 조율을 하며 겨울방학을 하얗게 불태웠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하루라도 빠지면 진도나 시범 수업에서 불리하다는 이유로 학원에서는 실기 시수를 맞춰 달라고 요청을 했다. 명절에도 설날 1일 휴원인데 할머니 댁에 가느라 결석을 했을 때 학원에서 전화가 오기도 했다. 그만큼 예중 입시는 실기 시간 확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의 실기시간 확보와 함께 학과 공부, 체력 사이에서 계속 균형을 잡아야 한다.
요즘 예중 입시 분위기를 보면 실기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강남권 예중 준비생들은 이미 겨울방학부터 하루 12시간 실기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우리 미술학원도 여름방학 3타임 수업(12시간)을 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 걱정이 앞선다. '아이가 잘 견딜 수있을까?' 아직 어린 아이들이기에 무조건 시간을 늘리는 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현실은 치열함만이 살아 남는 것 같다.
하지만 치열함이 아닌 꾸준함과 밸런스로 입시를 치르기를 원한다.
미술은 실기력뿐 아니라 체력과 집중력, 그리고 감정 상태가 모두 영향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언니 그리미의 예고 입시 때 나는 이미 시행착오를 겪었다.
입시 막바지에 아이가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 있었는데도 미술 학원의 스케줄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아이의 성향상 자신만 실기 시간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아 억지로 스케쥴을 소화했다.
결국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아이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버렸다. 입시가 끝난 뒤 아이는 마지막에는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실기장에서 아이는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그 경험 이후 나는 한 가지 기준을 세웠다.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기 시간이 아니라 아이의 컨디션이라는 것이다. 그간 오랜시간 실기에 공들인 자신을 믿고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번에는 미술학원의 실기 스케줄을 따르되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아이의 컨디션이 무너지면 언제든 하루 쉬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실기 시수를 빼는 것은 학원에서도 부담이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어가기로 한것은 아이의 체력이 무너지면 실기력도 무너지기 때문이다. 결국 실기 시험장에서 싸우는 것은 학원도, 부모도 아닌 아이 자신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제자들의 입시를 지켜보며 한 가지를 분명히 느낀다. 어린 나이부터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면 번아웃이 오거나 막판에 힘이 빠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미술은 지치면 그림에 바로 드러난다. 입시라는 것이 마냥 즐겁게 그릴 수는 없지만 좋은 그림은 지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다. 그래서 예중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기 시간도, 학원 경쟁도 아닌 아이의 체력과 감정 상태다. 그래야 최상의 그림을 그릴수 있다.
실기 시험 날에도 면접 날에도 결국 아이에게 남는 것은 그동안 쌓아온 실기력과 자신의 컨디션뿐이다.
그래서 부모가 할 일은 아이를 더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체력과 감정, 그리고 속도를 계속 지켜보는 것이다. 예중 입시는 단기간에 끝나는 입시가 아니다. 그래서 입시가 과열될때 미술학원 스케쥴에 휘둘리지 않고 아이만의 스텝을 잃지 않고 더욱 멀리 보며 갈때 가장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학과 공부도 실기도 더 빨리 달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기별로 힘조절을 잘 하여 아이의 그림이 끝까지 지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