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을 보다 보면, 유독 지나치기 어려운 글이나 영상이 눈에 띈다.
"유럽인들은 절대 남 눈치를 안 본다."
"스위스 사람들은 벤츠를 타지 않는다."
"독일 부모들은 공부하라고 하지 않는다."
"독일인들은 솔직해서 뒷담화 안 한다."
보통 이런 콘텐츠의 공통점은, 주어에 굉장히 큰 집단이나 나라를 포함하고 있으며, 단정적인 어휘로 주어의 특징을 제한하며 관심을 끈다.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한 소위 어그로형 발언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최대한 많은 노출과 소비를 위해선 어느 정도 시선을 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내용까지 어그로이거나, 거짓인 건 참기 어렵다.
위에 적은 예시만 하더라도 내 경험이나 주변 사례만으로도 충분히 반박할 수 있다.
- 유럽인들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고 사회에 섞여 살면 눈치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 스위스는 인구대비 고급 승용차 보유율이 상당히 높은 국가다. 내가 독일보다 벤츠나 슈퍼카를 더 많이, 자주 본 나라는 단연 스위스였다.
- 독일 부모들도 공부, 사교육 은근히 아닌 척하며 상당히 신경 쓴다. 소위 있는 집에 상류층이면 한국의 극성부모 저리 가라 할 만큼 사교육 시킨다.
- 독일인들의 뒷담화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심지어 듣든 말든 대놓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서두에 언급된 콘텐츠들은 지나친 일반화를 담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생성 및 전파되고 있다. 게다가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과도한 일반화를 하고, 자연스레 유럽을 올려치기 하고 우리나라를 깎아내리는 문화 사대주의까지 조장한다.
더 아이러니한 점은, 이런 부류의 콘텐츠를 생성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 나라에 장기거주해 본 적도 없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미디어에 비친 모습만 봤거나 여행, 단기 방문 정도의 찍먹만 했던 경험으로 유럽 전체에 관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실제로 현지에 거주하며 그 사회 속에 제대로 녹아들어 살아본 사람들은 오히려 섣불리 일반화하기 어렵고, 하더라도 매우 조심스럽다.
심지어 한국처럼 동질적이고 튀는 걸 싫어하는 사회조차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데, 유럽처럼 수많은 민족과 문화가 뒤섞여 사는 곳을 어찌 단언할 수 있을까. 날씨, 교통, 행정, 성향, 분위기와 같이 두드러지는 몇몇 특징은 뭉뚱그려 얘기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외의 것들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봐야 한다.
나 역시 독일에 십 수년을 살았고, 독일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글을 쓰면서 항상 생각하는 점이다. 혹시 섣불리 일반화시킨 건 아닐까, 잘못된 정보는 아닐까. 글을 쓰며 여러 번 고민하고 여러 루트로 정보를 검토한다. 또한 어디까지나 내가 '직접 겪고 보고 들은' 일이 아니면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하며, 공식 기관을 통한 정보 외에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려고 한다.
하물며 이렇게 나처럼 규모가 작은 개인 스피커도 조심하는데, 만약 정보의 생산 주체가 100만, 200만 유튜버, 저명한 작가, 정치인 등의 영향력 있는 스피커라면 이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좁은 경험이나 인터뷰에서 심심풀이로 지나가는 한 마디일지 모르나, 그 한마디가 곧 “그 나라 전체의 모습”이 되어버리고, 그것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누군가에게는 진실처럼 각인되고, 더 나아가 타 문화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유튜버, 작가, 정치인처럼 대중에게 영향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발언의 무게를 자각해야 한다. 어디서 주워들은 '그렇다더라'는 말을 ‘그렇다’로 둔갑시켜 유포하면, 그것은 더 이상 정보가 아니라 선동이다.
가벼운 말 한마디가 때로는 편견을 강화하고, 왜곡된 인식을 퍼뜨리고, 특정 사회나 문화를 부당하게 폄하하는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겪어보지도 않은 일에 대해 제발 지레짐작하지 말고, 직접 겪은 일이라면 겪은 만큼만 이야기하되, 그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걸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그게 바로 국민 혹은 구독자들이 달아준 완장을 찬 사람들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윤리이자 기본자세다.
또한 대중들 역시, 핸드폰에 자동으로 뜨는 정보가 다 진실이라고 믿어서는 안 되며 '진실'을 스스로 찾아보려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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