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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석 Nov 09. 2023

어느새 시간이......

유수(流水)와 같은 삶

      

 송나라 때 「주자(朱子)」가 쓴 【권학문(權學文)】으로 시작하고 싶다.     


 소년은 늙기 쉽고 배움을 이루기는 어렵도다. 짧은 시간이라도 헛되이 보내지 마라. 연못가의 봄풀이 채 꿈도 깨기 전에, 계단 앞 오동나무 잎은 이미 가을을 알리나니.     


1학년 입학식을 한지 엊그제 같은데 이젠 12월을 앞두고 있으니 시간 참 유수(流水) 같다는 말 실감 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제3인류】 중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오늘의 꿈들이 내일의 인류를 창조할 게다.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은 필시 옛날에 우리 조상들 가운데 누군가가 꿈꾸었던 일들이야. 우리 후손들에게 일어날 좋은 일들은 모두 현재 살아있는 어떤 사람이 상상하는 거야. 그 사람이 너 일 수 있어.     


 그 수많은 구절 가운데 왜 유독 이 부분이 내 눈과 마음에 쏙 들어왔을까? 이는 아마도 내 삶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더 공감했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네가 상상하며 생각한 좋은 교육들을 꿈꾸며 실천하여 왔다면 아이들은 너에 영향을 받아 그 꿈을 꾸고 실현하는 것이 되리라?.     


루돌프 슈타이너인간발달론을 꾸준히 공부하지 않았다면 교육예술 실현을 위한 꿈이라도 나는 꾸었을까? 지난날 인지학(人智學)적 인간학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교육예술적 영감을 그동안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나의 운명적인 발도르프 교육을 시작하게 영향을 준 동료 선생님들에게 참 고맙게 생각한다. 늦게 피워도 아름다운 꽃 이듯이 나 자신도 그러한 교육을 늘그막에 시도해 보았다는 것도 참 아름답다 생각하고 있다.     


발달, 리듬, 예술, 의지, 느낌, 사고 등 개념적인 단어들을 수없이 많이 들어도 정작 수업을 리듬적으로 구성하려고 계획할 때에는 모든 것이 잊어버리고 앞이 캄캄하여 예술적 수업을 실천하기가 어려웠다. 그렇지만 나는 나 자신을 믿고 나에게 나오는 상상력으로 옳든 옳지 않든 막무가내로 밀고 나가며 정신없이 수업을 했던 것 같다.     


나는 남들보다 이해며 배움을 깨닫는 것이 느리다. 그렇기에 나만의 배움의 방식을 찾아야 했고, 인간 영혼 속성인 의지, 사고, 느낌 가운데에서 바로 느낌이 강한 것이 나의 주된 배움의 방법임을 알았다. 교육의 방법론으로서의 느낌교육은 예술이었고 이 예술적인 동기가 사고와 의지를 잘 깨우게 도와주었다. 단어적인 개념은 추상적으로 나를 막막하게 해 주었지만 느낌을 가지고 나만의 배움을 이용하여 실천한다면 나에게 약했던 사고나 의지들은 저절로 잘 따라오게 되는 것 같다.     


수업 구성과 준비, 상상에는 나만의 엄격한 규칙이 있다. 리듬적, 예술적 수업구성들을 상상의 느낌으로 느껴 보며 그림을 그려 보고, 내가 하는 방법이 과연 학년 아이들 발달에 맞는가? 또한 교수법 6가지 원칙이 적절히 수업 속에 잘 들어갔는가를 따져보며 수업을 구성하고 상상해 본다. 여기서 6가지 원칙이란 다음과 같다.     


∙ 모든 것은 『나』와 관계하여

『전체성』에서 『부분적』으로

∙ 모든 것을 『그림』으로

∙ 먼저 『행하고』 그다음에 『이해』하기

∙ 모든 행위는 『리듬』을 통하여

세상은 아름답다     


6가지 관점을 바탕으로 수업을 구성을 하면 실수가 적고 수업준비 하기도 쉬웠다.  주기집중수업은 6가지 관점을 바탕으로 수업을 하기에 좋은 체계이고, 다양하면서도 심층적이며 상상력 있게 방법론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 좋았다.     


이밖에 1년 동안 중요하게 다루고자 했던 것은 앎이 삶이 되기 위한 수업(수공예), 손과 발의 올바른 사용을 통한 의지교육(예술적 방식), 언어 교육의 중요성(아동의 개인시), 느낌교육(색채를 이용한 수업들) 들을 바탕으로 수업과 인성을 멋지게 이끌어 보기도 하고 싶었으나 벌써 계단 앞 오동나무 잎은 이미 가을을 넘어 겨울을 접어들며 퇴임을 앞두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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