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주의 엄마의 선택
예비 중3. 이번 겨울방학에는 반드시 수학학원을 하나 보내볼까 싶었다. 어쩌다 보니 학원 특강과 대학교 특강을 둘 다 보내는 과한 지출을 하게 되면서, 둘의 효용과 차이에 대해 생각해 봤다.
"열심히 할 테니 학원을 보내주세요!"
이 말을 할 때가 학원 보낼 적기라고 하는데, 과연 이런 말을 하는 애가 있긴 한 건가.
나도 그 적기를 알려주는 말을 기다리는 중이지만, 방학만은 도저히 참기 힘들다. 틈틈이 소그룹 개별진도, 대형 판서식, 대학생 과외, 일대일 공부방, 온라인 과외 등 다양한 형태의 학원을 알아봤다. 동네와 대치동까지 두루두루. 좋은 시스템과 강사진은 널리고 널렸지만 아이의 성향과 의사가 중요했고, 무엇보다 합리적인 예산에 부합해야 했다.
아들과 논의한 끝에 최종 선택지는 온라인 라이브 특강. 아들은 먼 학원을 가긴 싫어했고, 나는 최대한 부담되지 않는 금액 이어야 했다. 2시간 반 회당 2만 5천 원. 설 명절과 등교기간 제외하니 총 18회, 45만 원. 수학학원은 장기전이고 사실 이 짪은 기간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싶지만, 나름의 최선이었다.
대치동 유명 대형학원들은 지방이나 원거리 학생들을 위해 현장수업과 동일한 커리큘럼과 관리 시스템을 실시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인강 수업이 몸에 배어 있기도 했고 그래도 뽑아먹을(?) 만한 성실함이 배어 있다고 생각해서 등록했다.
갑자기 두세 배 늘어난 공부 시간에 툴툴대긴 했지만, 풀이노트와 오답관리하는 습관을 배우고 많은 양의 문제풀이에 익숙해지는 중이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일단 방학까지만 해보기로.
-원래 학원 숙제 양이 이렇게 많은 게 정상이야? 아니면 나만 몰랐던 거야?
(속엣말)응. 너만 모를걸
이렇게 학원비는 시간당 금액을 따지고 따지며 한참 고민했지만 생각 않고 통 크게 결제한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서울대 특강이었다. 2일*6시간 (식사시간 및 식대 포함) 18만 원.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이 특강은 아들이 좋아하는 과학 분야의 멘토들과 수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심지어 서울대라니! 마치 내 아들이 서울대 간 것 마냥 설레는 착각은 덤이다.
이 특강은 서울대학교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NICEM)에서 방학마다 중고생 대상으로 열리는 것 같았다. 워낙 인기가 많다 했지만 날쌔게 성공. 일단 접수는 했어도 혹시 귀찮다 가기 싫다 할까 봐 염려했는데 반응도 괜찮았다.
-재미있겠다. 언제야?
학원 숙제에 치여 허덕대는 와중에 이틀 간의 서울대 특강도 잘 마쳤다. 아침 일찍 서둘러 버스와 지하철로 1시간 넘게 가야 했지만 가뿐히 일어나며 참여하는 모습은 뭐랄까. 근래에 방대한 숙제에 매인 무기력한 모습과 사뭇 달랐다. 처음 가보는 대학캠퍼스, 공부 최상위의 서울대생, 이 수업을 위해 ktx를 타고 온 또래 아이를 보며 뭔가 다름이 느껴졌나 보다.
복잡한 이론을 다 머리에 담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돼지심장파편을 액화질소로 얼리고 빻아서 표본을 만들어 보고, 피를 뽑아 현미경으로 적혈구와 백혈구를 관찰하기 등 실험은 꽤나 재미있었나 보다.
마지막 날은 조별 멘토들과의 시간을 통해 엄마의 잔소리와 달리 1천 배는 울림을 주는 말들을 들려줬다고 한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공부하는 방법
뭔가 이상적인 이야기를 터놓기보단 현실적인 얘기들이 오갔나 보다.
-공부 안 하면 망할 것 같아서 하기 싫어도 했다. 최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끌고 가서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라. 서울대생이 되면 좋은 이유는 똑같이 1시간 과외해도 자기들은 시급이 더 높다. 자신만의 노트를 만들어서 공부해라. 중3 때까지는 자기만의 공부방법과 반드시 진로를 찾아라 등등.
이미 아는 얘기겠지만 아들의 마음을 두드렸다는 것만으로도 18만 원의 특강비가 아깝지 않았다. 모처럼의 활기가 보기 좋았고, 혼자서도 척척 서울을 횡단하며 이동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그리고 좋은 경험의 기억이 너의 공부 여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야 엄마는 기꺼이 또 결제하겠다.
이럴 때 안 가면 언제 또 서울대 가보겠어.
그저 부디 인서울대라도...
덧)
서울대의 저 샤 조형물 안쪽 사진.
가까이 가보니 온갖 낙서가 가득하다.
범인들(?)은 미래의 서울대생을 꿈꾸는 29학번. 30학번 등 수두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