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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예원 Jan 14. 2024

사유지, 어마무시한 말

내 땅을 걷는 시간

우리나라에는 무수히 많은 맹지가 있다. 맹지...이름부터 맹하다. 땅을 찾다 보면 '현황도로 있음'이라는 말이 붙은 땅이 있다. 그 말은 맹지인데 실제 사람이 다니는 길이나 차가 다니는 길은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뭘 해. 맹지인 것을...... 지적도상 공용도로와 접하긴커녕 사방이 '사유지'라 직접 접근할 방도가 없는 '월경지' 같은 땅을 말한다. 월경지는 또 뭔가. '경계 너머의 땅'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많은 도로 중에 공용도로가 얼마나 될까? 국가에 사유지는 왜 이렇게 많담? 이 수많은 사유지 중에서 내 땅은 그동안 한 평도 없었는 걸? 땅이라는 것이 먼저 차지하면 임자다. 물론 시대에 맞게 정정당당하게 차지해야 하지만, 그 과정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가진 자들이 더 가지게 되는 더러운 세상이고 말고, 또 태어났더니 내 명의의 땅들이 이미 있는 자들도 얼마나 많게요~ 이런 거 저런 거 생각하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언제나 그 시작점이 중요하다.

나의 아버지는 둘째 아들로, 형 그러니까 나에게는 큰아버지가 집안의 땅과 집은 다 가져갔다고 했다. 참 복도 많으신 큰아부지. 가진 것 없이 시작하는 사람들은 성실할 수밖에 없다. 현실을 탓하면 무슨 소용? 없던 땅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 그저 묵묵히 성실하게 돈을 벌어 집을 어렵게 장만하고 여유가 있다면 땅도 좀 사겠지만, 자식을 줄줄이 낳다 보면 여유라는 것이 생길 수 없다. 늘 쪼들리며 사는 것. 그렇다면 마음이라도 편하게 이너피스를 외치면 검소하고 청빈하게 살게 되는 것이다. 

타고나길 세속적으로 태어났는데, 마음의 평화만 외치면 무엇하리. 그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작은 땅이 하나 있길 바랐을 뿐이니 얼마나 검소한 꿈이더냐. 부모님께 받은 것이라고는 절약과 성실뿐인데, 난 절약도 못해요. 성실은 먹고살자니 매일 출근하는 수밖에 없지요. 

한탄의 글을 그만하고, 땅을 알아보면서 우리나라에 맹지라는 땅, 그것도 맹지의 사유지가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한테 물어보았다. 

"맹지가 왜 이리 많은 거야. 맹지는 개발행위를 할 수 없잖아. 맹지엔 농사만 지을 수 있어? 건축을 해도 다 불법 건축물이겠네? 현황도로는 많은데 말이야. 현황도로를 법정 도로로 만들 수는 없나?"

"우리나라에 땅이 얼마나 많은데, 그 땅에 도로가 다 연결되어 있을 수는 없지. 사유지에 도로를 내거나 도로 이용료를 내고 사유지 도로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어. 맹지라고 개발 행위가 다 안 되는 건 아니야. 현황도로라도 있는 게 어디야."

이런 대화들이 오갔다. 국가의 도로에 한 뼘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그 땅은 맹지다. 땅을 보다 보면 맹지를 탈출하려는 사람, 맹지를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 둘로 나뉜다.

스피노자는 말했다. 인간의 욕망은 통제의 대상이 아닌 인간의 본질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욕망하는 존재라고 했다. 인간의 욕망하는 힘에 대해 역설했다.

인간의 욕망은 통제의 대상이 아닌 인간의 본질 그 자체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욕망하는 존재이기에 누가 희생하고, 헌신하라고 말할 수 없다. 땅에 있어서도 누구 하나 손해 볼 수 없는 노릇이고, 양보를 강요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인간이 자기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 그 자체이니. 탓할 것도 아니다. 그 심리를 잘 알고 땅을 보자는 것일 뿐이다.

아파트에 오래 살다 보면, 아파트 단지 안은 공동주택으로 니땅 내 땅 하며 싸울 일이 없다. 하지만, 주택에 살게 되면 콩 한쪽이 아니라 땅 한쪽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지 알게 된다. 그것도 지적도상의 내 땅, 지적도상의 도로가 얼마나 중요한 지 뼈저리게 알게 된다.


아, 지금같이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해수면의 상승이 급속화되면 어차피 다 바닷물에 묻힐 땅들이여, 

자조와 한탄이 절로 나온다.

땅을 만나다 보면, 사유지와 맹지라는 말이 어떻게 어마무시하게 피부에 와닿는지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내 땅에 작은 집을 짓고 바로 울타리를 치고 대문을 걸어 잠근 나를 보면, 나는 그저 내 사유지를 위해 욕망하는 존재 그 자체다. 인정. 

울타리 사이로 들고양이만 오간다는 건 안 비밀. 

오늘도 우리 전원마을 단톡방에는 사진이 올라온다. 

"어떤 동네 개가 우리 집 잔디에 들어와서 똥을 싸고 간 거야!!"

"아이고, 똥을 보아하니 고양이 똥 같습니다."

"그래요. 우리 개는 남의 땅에 똥 안 싸요."

"저희 집 cctv를 보니 고양이가 와서 똥 싸고 나갔네요. 고양이 똥인가 봐요."

오늘도 조용할 일 없는 사유지, 어마무시한 곳입니다. 

지키려는 자들과 노리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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