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줄임말요! 부산오뎅 30만원어치 사갈테니 함지네 글씨하고 바꿉시다."
이진경 작가는 인사동 쌈지길 아트디렉터셨고, '쌈지체' 또는 '이진경'체로 알려진 글꼴을 만든 화가다.
부산 부전시장 안에 있는 '고래사'에서 어묵 30만원치를 사서 강원도 홍천가는 시외버스에 올랐다. 물론 개인돈을 들여서. 디자인 비용을 행정에서 적정하게 지원하면 좋겠는데, "왜 디자인이 필요하냐!", "디자인 비용이 왜 이리 비싸냐!", "왜 그런데 돈을 쓰냐!"하는 게 현실이다.
엉덩이와 허리가 몇 번이고 아파서야 강원도 홍천 진경쌤 댁에 도착했다. 진경쌤은 오뎅을 보시더니 다소곳이 앉아 사진을 찍으셨다.
"첫 단추를 정말 잘 꿰어야 해요. 글씨 하나라도 허투루 하시면 안되요!" 하시며 글씨를 써서 보내주기로 하셨다. 오뎅국도 끊여주셨다. 오뎅국 먹다가 너무 미안해서 그림을 하나 사기로 했다.
"이 그림 얼마에요."
"7백만원인데 5백만원에 드릴께요."
"그림이 원래 그리 비싼건가요?"
"나 이래 봬도 도쿄 현대미술관 12명의 세계작가로 선정된 사람이에요 ㅎ"
"아, 글쿠나. 근데 나 그런 큰 돈 없는데..."
"할부해드릴께요. 형편되는대로 조금씩 주세요."
"음...그럴께요..."
5백만원 주고 산 '제주도'
그림빚을 갚는데 거진 1년이 넘게 걸렸다.제법 큰 그림이다. 자취방에 두고 제주도 갈치, 방어, 고등어, 우럭, 전복, 소라가 먹고 싶을 때 힐끗 쳐다본다.
창원 자취방 안의 '제주도'
그건 그렇고,
함지네(함께 만드는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진경 쌤이 써주신 글씨 덕을 보긴 했을까?보았다면 얼마나 보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