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최 Nov 18. 2023

아버지의 이름으로 3

사람 아버지

지를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지는 그냥 아지였다


이제사 사람 아지가 보인다


1942년 말띠생으로,

세상 성격 급한 아지는

젊을 때는 도둑도 쫓아내지 않고

잡으러 가실 정도였다

가라데 유단자시라 싸움도 잘하셨다


2년전 폐결핵이 심하셔서 남해와 김해를

오가셨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지신 듯 하다


남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 아지의 모습들이 하나씩 하나씩 보인다


원래 있던 장독도 아지 스타일인 듯한 형태로

새롭게 배치하셨다

내년에는 키위도 심으실 거라시며 

나무와 나무를 철사로 연결해

무언가를 만드셨다

추울 때 때려고

쓰러진 나무들도 산에서 끌고 오셨다

톱질해 쌓으셨다

여진 장작더미는 아름답고 든든하다

보는 순간 눈이 뜨거워진다

뜨거움을 식히려는지 두 줄기 눈물이 흐른다

흐르던 눈물은 멈추워도

마음은 여태 따뜻하다

앞뒤로 두릅나무도 심으셨다


앞으로 또 어떤 생각들을 현실로 만들어 놓으실 지

참 궁금하다


약국 처방전 나이로 오십 셋이 된 이제사

사람 아지가 보인다


지도 아지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하고 싶었던 게 많으셨겠다는 걸 이제사 알겠다


사람 아버지에게 선물을 드려야겠다


어떤 선물이 좋을까?

작가의 이전글 '낭만행정' 이라는 단어에 의문을 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