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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순내 Aug 05. 2024

첫 OO


 대전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순간 느껴지는 낯선 냄새에 쿵 하고 마음이 내려앉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을 잘하는 본디 성격을 따라 아무렇지 않은 척, 아무도 없는 집에, 마치 남의 집을 가듯 어색하게 들어섰다. 온통 하얀 벽지에 침대와 행거가 덩그러니 있는 방. 리모델링을 했다 하지만 문틈마다 구멍이 보이고 쌓인 거미줄은 오래된 집의 세월을 말해주었다. 온전히 꾹 닫아야만 겨우 잠금장치가 잠기는 현관문, 누런 때가 쌓인 세탁실, 좁은 창문과 사이사이 곰팡이가 피어있는 화장실. 내 마음이 놓이는 곳도, 놓아둘 수 있는 곳도 없는 것 같았다.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인턴을 하기 위해 굳이 지역까지 옮겨야 하냐고 묻는 말에 진저리 치며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나조차 확신을 못하고 있었다. 혼자 살아보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살고 싶었던 지역이었으니 당장 집을 구하고만 싶었다. 6개월의 짧은 계약기간을 전입신고를 포함하여 받아주는 집은 많지 않았다. 아니, 거의 없었다.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첫 번째 집을 본 후 바로 계약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3일 뒤 바로 출근이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급했는지 상상만으로 숨이 찰 지경이다.



힘을 꾹 주어야만 잘 닫히는 현관문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이게 최선이라는 마음으로 바로 집을 계약하고 짐을 정리했다. 엄마는 곰팡이가 피어있는 냉장고와 주방을 락스로 청소하고, 아빠는 화장실 구석구석에 자리한 곰팡이를 청소했다. 바닥을 닦으며 집이 너무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럽다. 너무 더러워. 이렇게 더러운 곳에 내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 걸레질은 한 번에 그치지 못했다. 두 번을, 세 번을, 부모님을 보내고 다시 네 번을, 마음 둘 곳을 찾아 닦아냈다.



무엇이든 해보는 게 젊음이고 청춘이라면 난 잘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



 불을 켜둔 채 첫날밤을 보냈다. 밝은 조명 탓에 새벽 2시, 4시, 눈이 저절로 떠졌다. 6시 30분. 밤을 설쳐 피곤한 것도 잊은 채 새로운 집에서 씻고 새로운 집에서 나갈 채비를 했다. 8시간의 첫 출근을 마친 뒤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왔다. 공허함이 날 짓눌렀지만, 이겨내기로 했다. 집 앞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컵라면을 먹은 후, 곧장 다이소로 향했다. 필요한 거 다 사야지 하는 마음과 다르게 자꾸만 돈 계산을 하며 이거 정도는 없어도 괜찮다며 합리화를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 많은 짐을 들고 가기에 난 너무 작고 왜소했다. 이런 게 서럽구나. 혼자 있으면 이런 게 서러워.



 눈 깜짝할 새 지나간 일주일이었을까, 정신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금요일 저녁 최대한 빠르게 본가에 갈 수 있는 차를 타고 진짜 내 집으로 향했다. 난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치열한 삶의 2번째 장막인 거였다. 외롭고 공허한 마음이 추가된. 그저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생각하다가 집에 오면 고양이가 반겨주는, 그런 위로는 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적어도 6개월 동안은.



 굳은 목소리로 다짐했다. 이겨낼 것이다. 대학시절 쉴 틈 없는 일상도 이겨냈으니, 그 옹졸한 마음과 썩은 열등감도 이겨냈으니, 이런 공허함과 외로움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선택의 연속인 인생 속에서 더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혹여 후회할 선택을 해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강해지는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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