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서점알바 01화

판매처와 구매처

by 수경

지인의 소개로 서점에서 알바를 하게 되었다. 지인은 내가 책을 읽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잘 아는 분이다. 어느 한적한 시골의 카페에서 동학들과 함께했던 인문학 카페도 이야기했고, 북카페나 북맥(맥주와 함께 책보는)을 이야기하기도 했더랬다. 아는 사람이 을지로에 책방을 열었다며 함께 놀아보라고 했다. 을지로에 방문한 첫날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대표가 두 사람이었는데, 지인이 아는 분과는 점심을 먹고 다른 대표와는 실무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주일에 삼일 서너 시간쯤 낼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알바들이 메울 수 없는 시간이 나의 담당 시간이 되었다. 첫 출근하는 날, 오전 알바와 인사를 하고 그에게 포스기 사용법을 배웠다. 그는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 중이었는데, 꽤나 진중하게 알바의 업무일지에 있는 일들을 설명해 주었다. 진중한 조곤조곤함으로 철학서점에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20대에 1년 정도 과외를 해본 경험이 있었지만, 그 외의 알바는 생애 처음이었다.


책을 주고 돈을 받는 일이니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책의 배치와 위치를 머리에 입력하는 일이었다. 손님의 요구에 응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철학서점이니 역시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 서점에 들어서서 정면으로 보이는 책장이 원전이 꽂힌 곳이다. 고대철학자에서 아렌트나 푸코 같은 근대철학자까지 이어진다. 다른 서가들은 분야별 주제별 신간별로 분류된다.


어느 시절에는 서점을 자주 가기도 했지만, 언젠가부터는 인터넷서점의 우수고객이 되었다. 서점에선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 서점에서 일주일에 열 시간쯤 머무는 경험은 분명 새롭다, 새로울 것이다. 어떤 일이 펼쳐질까. 우선 내게 변화가 생길 것 같다. “서점: 전문적으로 책을 팔거나 사는 가게.” 서점은 파는 곳이지만, 사지 않는다면 그저 판매처일 뿐이다. 이제 이 서점은 내가 책을 사는 서점, 구매처가 될 것이다. 입장이 달라지면 판매처와 구매처가 달라진다. 알바 첫 주에 내가 깨달은 것은 서점에 발을 들여놓은 손님 중에 책을 구매하는 손님은 아주 적다는 사실이었다. 서점에 들어가서 책을 사지 않고 그냥 나온 적이 있었던가? 기억나지 않았다. 마음으로 “한 권 데려가세요!”라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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