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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은채 Feb 01. 2024

수제그릭요거트 5분 만에 만들기

초간단 그릭요거트 만들기

기다림이 있어야만 겨우 만들어지는 것이 있다. 다급하게 재촉해도 소용없고 빠른 길도 없다. 팔짱을 끼고 노려보아도 완성되지 않는 것들. 본인만의 시간을 온전히 살아와야만 만들어지는 것들.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재촉해도 소용없는 것들. 그것을 인내라고도 하고 그릭요구르트라고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릭요거트를 매일 먹기 시작한 지 5개월 정도 되어간다. 

건강관리와 식단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신랑은 단백질식사를 늘 강조한다. 본인과 아이의 식단뿐 아니라 아내의 식단에도 많은 관심을 주는 덕분에 식사 때마다 동물성단백질 또는 식물성단백질이 있어야만 양질의 식사라고 생각한다.


아침식사대신 미숫가루를 마시던 나를 위해 두부를 건조한 후에  곱게 두부가루를 물에 타서 코앞에 놓아주는 신랑이다. 좋아하는 과자를 가까이하는 것이  신랑의 정성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군것질은 참을 수밖에 없다. 무인아이스크림 매장을 운영해 하루에 두 번씩 드나들지만 그림의 떡 일 뿐이다. 가끔 신랑 없이 아이와 둘이 무인아이스크림 매장을 가면 나는 씩 웃으며 아이에게 말한다.

"아빠에게 말하지 말고 우리 아이스크림 하나씩만 먹자" 

철없는 엄마를 바라보면서 아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아이스크림을 고른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난 가득한 얼굴 속 달콤함에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아이의 표정만큼 나 역시 액상과당이 너무 맛있다.

아내와 아이의 건강을 생각하는 신랑의 마음을 알기에 건강한 식단을 추구한다.


신랑은 5개월 전 그릭요거트를 쉽게 만들어 먹어야겠다며 식품건조기를 주문했다.

밥솥으로 제조하는 시간 동안 밥솥을 사용할 수 없다며 건조기를 주문했지만 밥솥으로 만들어도 무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요한 식재료는 간단하다. 우유와 플레인요구르트가 필요하다. 플레인 요구르트는 최초 1회만 필요하고 그 이후로는 내가 만든 요구르트종균이 증식되어 계속 나만의 요구르트균이 탄생한다. 플레인요구르트를 구매할 경우에는 농휴발효유 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을 구매하면 된다.(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요구르트에 적혀있지만 꼭 확인해야 한다.) 


편리함과 간소함을 중요시 생각하는 신랑은 이틀에 한 번씩 5분 만에 그릭요거트를 만든다.


1. 우유를 450ml씩  넓적한 두 통에 넣는다.

( 밥솥에 그대로 우유를 부어도 된다)


2. 플레인 요구르트를 한 국자 넣는다.

   우유와 요플레를 골고루 잘 섞어준다.

(밥솥일 경우는 플레인요구르트 두국자)


3. 그대로 식품건조기에 넣고 45도 9시간 넣어둔다.

   

*식품건조기 대신 밥솥으로 할 경우 밥솥 보온기능으로 3시간 발효시킨 후 꺼내어 실온에서 7시간 보관한다. 그리고는 냉장고에 넣어 하룻밤 재운다. 

다음날이면 우유가 요플레로 변신해 있다. 










그대로 요플레로 먹어도 되지만 유당불내증이 있는 나로 인해 우리 가족은 유청을 하루동안 걸러낸 후 꾸덕한 그릭요거트를 먹는다.

치즈 제조기를 구매해 발효된 요플레를 넣었더니 편리하게 유청을 걸러낼 수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만원 이하의 치즈메이커가 그릭요거트 제조기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물론 만드는 건 5분이지만 입으로 들어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구름맛이 날 것 같지만 구름맛보다는 무겁고 두부보다는 폭신한 맛.

그릭요거트를 입안에 넣기까지는 24시간 이상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플레인 요구르트의 수분인 유청이 분리되는 과정이다.꽤 많은 유청이 나온다.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스텐필터에 실험 삼아 내려보았는데 적은 양 밖에 넣을 수 없어 실패한 방법이다.








면포에 플레인요구르트를 붓고 야채볼 위에 걸쳐 올려두었다.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우리에게는 좋지 않은 방법이었다.

면포에 들러붙은 꾸덕한 그릭요거트를 씻어내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기에 면포를 사용하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냉장고 안에 맛있는 그릭요구르트가 있다는 사실이 든든하다. 신랑은 가족을 위해 그릭요구르트가 떨어지는 일 없도록 5개월째 새벽 6시 그릭요거트를 만든다. 표현이 서툰 신랑만의 가족을 위한 사랑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착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빠져나오고 싶지 않은 착각이다.그릭요거트에 신랑 사랑이 들어가있다면 구름맛이 더 진하게 느껴지지않을까?

 

그릭요거트의 매력은 언제든 좋아하는 견과류나 과일을 넣고 기분에 따라 새롭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분이 좋을 때는 딸기나 꿀을 넣어 먹고 싶고, 머리가 복잡할 때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그릭요구르트가 좋다.

담백한 그릭요구르트는 입안을 단순하게 하는 만큼 머리도 단순해지는 것 같다.

그릭요구르트는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시간이 헛되지 않게 진한맛과 풍미를 내는 그릭요거트처럼
진한 풍미가 있는 꾸덕꾸덕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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