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간단 그릭요거트 만들기
기다림이 있어야만 겨우 만들어지는 것이 있다. 다급하게 재촉해도 소용없고 빠른 길도 없다. 팔짱을 끼고 노려보아도 완성되지 않는 것들. 본인만의 시간을 온전히 살아와야만 만들어지는 것들.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재촉해도 소용없는 것들. 그것을 인내라고도 하고 그릭요구르트라고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릭요거트를 매일 먹기 시작한 지 5개월 정도 되어간다.
건강관리와 식단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신랑은 단백질식사를 늘 강조한다. 본인과 아이의 식단뿐 아니라 아내의 식단에도 많은 관심을 주는 덕분에 식사 때마다 동물성단백질 또는 식물성단백질이 있어야만 양질의 식사라고 생각한다.
아침식사대신 미숫가루를 마시던 나를 위해 두부를 건조한 후에 곱게 간 두부가루를 물에 타서 코앞에 놓아주는 신랑이다. 좋아하는 과자를 가까이하는 것이 신랑의 정성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군것질은 참을 수밖에 없다. 무인아이스크림 매장을 운영해 하루에 두 번씩 드나들지만 그림의 떡 일 뿐이다. 가끔 신랑 없이 아이와 둘이 무인아이스크림 매장을 가면 나는 씩 웃으며 아이에게 말한다.
"아빠에게 말하지 말고 우리 아이스크림 하나씩만 먹자"
철없는 엄마를 바라보면서 아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아이스크림을 고른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난 가득한 얼굴 속 달콤함에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아이의 표정만큼 나 역시 액상과당이 너무 맛있다.
아내와 아이의 건강을 생각하는 신랑의 마음을 알기에 건강한 식단을 추구한다.
신랑은 5개월 전 그릭요거트를 쉽게 만들어 먹어야겠다며 식품건조기를 주문했다.
밥솥으로 제조하는 시간 동안 밥솥을 사용할 수 없다며 건조기를 주문했지만 밥솥으로 만들어도 무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요한 식재료는 간단하다. 우유와 플레인요구르트가 필요하다. 플레인 요구르트는 최초 1회만 필요하고 그 이후로는 내가 만든 요구르트종균이 증식되어 계속 나만의 요구르트균이 탄생한다. 플레인요구르트를 구매할 경우에는 농휴발효유 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을 구매하면 된다.(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요구르트에 적혀있지만 꼭 확인해야 한다.)
편리함과 간소함을 중요시 생각하는 신랑은 이틀에 한 번씩 5분 만에 그릭요거트를 만든다.
1. 우유를 450ml씩 넓적한 두 통에 넣는다.
( 밥솥에 그대로 우유를 부어도 된다)
2. 플레인 요구르트를 한 국자 넣는다.
우유와 요플레를 골고루 잘 섞어준다.
(밥솥일 경우는 플레인요구르트 두국자)
3. 그대로 식품건조기에 넣고 45도 9시간 넣어둔다.
*식품건조기 대신 밥솥으로 할 경우 밥솥 보온기능으로 3시간 발효시킨 후 꺼내어 실온에서 7시간 보관한다. 그리고는 냉장고에 넣어 하룻밤 재운다.
다음날이면 우유가 요플레로 변신해 있다.
그대로 요플레로 먹어도 되지만 유당불내증이 있는 나로 인해 우리 가족은 유청을 하루동안 걸러낸 후 꾸덕한 그릭요거트를 먹는다.
치즈 제조기를 구매해 발효된 요플레를 넣었더니 편리하게 유청을 걸러낼 수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만원 이하의 치즈메이커가 그릭요거트 제조기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물론 만드는 건 5분이지만 입으로 들어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구름맛이 날 것 같지만 구름맛보다는 무겁고 두부보다는 폭신한 맛.
그릭요거트를 입안에 넣기까지는 24시간 이상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플레인 요구르트의 수분인 유청이 분리되는 과정이다.꽤 많은 유청이 나온다.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스텐필터에 실험 삼아 내려보았는데 적은 양 밖에 넣을 수 없어 실패한 방법이다.
면포에 플레인요구르트를 붓고 야채볼 위에 걸쳐 올려두었다.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우리에게는 좋지 않은 방법이었다.
면포에 들러붙은 꾸덕한 그릭요거트를 씻어내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기에 면포를 사용하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냉장고 안에 맛있는 그릭요구르트가 있다는 사실이 든든하다. 신랑은 가족을 위해 그릭요구르트가 떨어지는 일 없도록 5개월째 새벽 6시 그릭요거트를 만든다. 표현이 서툰 신랑만의 가족을 위한 사랑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착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빠져나오고 싶지 않은 착각이다.그릭요거트에 신랑 사랑이 들어가있다면 구름맛이 더 진하게 느껴지지않을까?
그릭요거트의 매력은 언제든 좋아하는 견과류나 과일을 넣고 기분에 따라 새롭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분이 좋을 때는 딸기나 꿀을 넣어 먹고 싶고, 머리가 복잡할 때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그릭요구르트가 좋다.
담백한 그릭요구르트는 입안을 단순하게 하는 만큼 머리도 단순해지는 것 같다.
그릭요구르트는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시간이 헛되지 않게 진한맛과 풍미를 내는 그릭요거트처럼
진한 풍미가 있는 꾸덕꾸덕한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