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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은채 Jan 18. 2024

사장의 덕목

좋은사장 말고  싫지않은사장되기.

어느덧 고용주라는 역할놀이를 한 지 9년 차다. 사장으로서의 덕목이라고 하면 거창하기는 하지만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미움보다는 이쁨을 받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로 너그럽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8년간 같이 일했던 그리고 현재 같이 일하고 있는 스태프들에게 이쁨을 받고 있다. 이쁨이라는 말이 자연스럽지 않지만 딱히 표현할 방법이 없다. 물론 이쁨을 받는다는 착각을 하며 여기고 있을 수도 있다. 여하튼 미움받는다는 착각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며 이기적인 긍정의 힘으로 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함께 일했던 이들은 적어도 우리 매장에서의 기억들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해주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이다. 우리 매장의 특징으로 아르바이트생들이 단기근무를 계획했다가도 오래 일한다는 것 또한 나의 자부심을 뒷받침해 주는 부분이다.기본적으로 2년이 평균적이니 아르바이트라는 특수고용형태에서는 장기근무지에 해당한다고 볼수있다.


이번주는 생일주간이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퇴근하고 오니 집 앞에 택배가 수북이 쌓여있다. 카카오선물하기 기능으로 1년 중 가장 택배를 많이 받는 기간이다. 직접 만날 수 없는 경우 아주 유용하지만 만날 수 있는 거리임에도 카카오선물하기로 마음을 받아야 할 경우는 야속하기도 하다. 보고 싶은 얼굴들을 만날 절호의 찬스가 사라진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미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에서 벗어난 경우는 생일축하메시지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하다. 몇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축하받을 때마다 머쓱하고 등에 붙여야 할 핫팩을 가슴에 붙인 것 가냥 마음 한편이 천천히 뜨거워지는 기분을 느낀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부분은 스텝들에게 미움받지 않을 방법론 일지도 모른다.


첫 번째로 쓰레기는 직접 버리자.

아르바이트생에게 쓰레기를 버리라고  하지 않는다. 물론 제가 할게요 하며 불 편해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내가 들기에 너무 무겁다면 남자직원에게 공손히 부탁을 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만지기 싫은 쓰레기를 누구인들 만지고 싶을까. 그 1분을 내가 소모함으로써 그 모습을 본 스태프들은 두 배 세배 열심히 일할 것이다.


두 번째로 화장실청소 역시 직접 하자.

대학시절 많은 아르바이트경험으로 화장실청소 역시 일가견이 있지만 가장 싫은 작업이었다.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했지만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그 유쾌하지 않음을 알기에 누구에게도 요구하지 않는다.

9년간 매일 직접 하는 업무 중 하나이다.


세 번째로 당충전과 카페인충전을 하게 해 주는 것이 좋다.

내가 먹고 싶어서 달콤한 디저트 또는 음료를 비치해 두었는데

우리 스태프들이 우리 매장의 장점 중 하나를 당충전이라고 하여 더 적극적으로 디저트준비를 했던 기억이 있다.

힘든 아르바이트환경일수록 당충전 또는 카페인 충전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이어트와 카페인 끊기로 현재는 모두의 합의하에 진행하지 않고 있는 부분이다. 대단히 아쉽다.)


네 번째는 절대로 손님의 험담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어려운 부분인 것을 아주 잘 안다. 나의 뇌의 회로를 끊어버리는 것만 같은 날카로운 집요함과 악질의 입담을 갖고 있는 손님과의 통화 후에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욕은 집에 걸어가면서 하면 된다. 마스크가 참 유용하다.

20대 때 일했던 샐러드매장 사장님은 나의 출근을 기다렸다는 듯이 손님험담을 시작하시곤 하셨다. 들어주는 일이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일했던 기억보다 아이고~ 아이고~추임새를 넣어가며 고개를 끄덕인 기억이 더 강하다. 스태프들에게 늘 온화한 표정과 희망 가득한 말만 해줄 수는 없다. 적어도 우리가 이 매장에 함께 할 수 있는 근본적인 시작은 손님이기에  손님험담만큼은 직원들 앞에서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번번째는 실수는 짧게 칭찬은 길게 하자. 

일이 손에 익지 않아 숙련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면 훨씬 좋은 조건의 아르바이트자리가 있어도 옮기지 않더라. 단점은 참을 인을 수없이 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여섯 번째 퇴근시간은 칼같이 지켜줘야 한다.

바쁜 건 매장 사정이다. 1시 퇴근이면 아무리 바빠도 1시에 보내주는 것을 철저히 지켜주면 절대로 지각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스스로 느끼게 된다. 매장이 바쁘다고 1분 5분 붙잡고 있으면 직원들 역시 바빠서 1분 5분 지각하는 것 을 인정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그렇기에 기본적인것은 지켜야한다고 생각한다.


일곱 번째는 설날 추석 여름휴가를 그냥 지나치지 말자.

학생 때 의류매장 에서 아르바이트할 때의 일이다. 추석맞이로 사장언니가 선물이라며 옷을 하나 고르라고 하셨던 적이 있다. 어린 나이에 무척 신나게 티셔츠를 고르고 고마워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좋은 건 꼭 따라 해보고 싶어서 겨울이 되기 전 옷을 선물하는 걸 좋아한다. 따뜻한 마음 담은 니트 카디건 장갑 정도면 평소의 고마움을 표현하기에 아주 좋다.

단. 주의할 것은 직접 고르라고 하면 손을 떨 수 있다. 작년 겨울 주방스탭을 데리고 여성의류매장을 갔다.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라고 했더니 내가 지출해 본 적 없는 금액대의 코트를 골라 카드를 꺼내는 내 손이 떨렸던 기억이 있다.

(림아. 보고 있니?ㅎㅎㅎㅎ)

설과 추석 때 햄세트와 봉투가 우리 매장의 평균알바기간을 보장해 주는지도 모른다.


여덟 번째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이 미래의 나의 아들일 수도 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매장에서 근무했던 스태프들은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 유투버 캘리그래피강사 요가강사  시각디자이너 의류디자이너 어린이집선생님 창업준비생 대학원생 역사선생님등 서로 다른 길을 살아오던 사람들이 한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일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인연이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소중하다. 위 7가지의 항목을 무시하더라도 이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절대로 사람 잃고 알바천국 들락날락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이 글을 쓰기 위해 7년 간 함께 근무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직원에게 물었다.

"어떤 사장이 좋은 사장인 거 같아요?? 사장의 덕목. 뭐 그런 거에 대해서 글좀 써보려고~~"

꽤 진지하게 고민을 한다. 무슨 대답이 나올지 내심 기대를 했다. 나의 칭찬을 은근히 바라고 있었는지 모른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한마디를 하는데 7년 동안 들었던 그 친구의 멘트 중 앞으로도 잊지 못할 말이 될 것 같다.


눈에 안 보이는 사장이요


그렇다! 당황했지만 호탕하게 성격 좋은 척 웃어넘겼다. 눈 에 안 보이는 사장이 가장 좋은 사장이었다.앞으로도 갈길이 멀다. 눈에 보여도 좋은 사장이 되는 날까지 내면을 갈고 닦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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