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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레나 Jan 01. 2024

안녕, 즐거웠던 4학년

학창 시절 유난히 기억 남는 몇 해가 있는데 나의 4학년이 그랬다. 우리 오빠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고, 2년 후 나의 4학년 담임선생님이셔서 우리 가족에게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선생님. 해바라기 이야기로 첫날을 시작하셨다. 해바라기는 햇볕을 찾아 해님 쪽으로 고개가 돌아간다고. 선생님 해님이 빛을 비추면 해바라기 여러분들이 해님을 잘 찾아 따라와야 한다는 이런 이야기였는데, 3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기억나는 거 보면 참 인상적이었나 보다. 고개 들고 눈 마주치는 거 자신 있는데 ㅎㅎㅎ 나도 멋진 해바라기가 돼야지 결심했던 첫 시간.



밀과 보리가 자란다~~ 노래 부르며 친구 한 명씩 불러일으켜 나오게 하는 게임, 분단별 퀴즈 잘 맞추는 팀에게는 과자를 나눠주시던 장면. 운동장에 나가 수수깡 꽂아놓고 해시계 그리던 과학시간. 호남평야, 나주평야, 압록강, 금강, 낙동강 등등 우리나라 지형 지도 외우는 게 유난히도 힘들었던 사회시간. 독일에서 예쁜 친구가 전학 왔는데 나랑 친한 친구가 그 아이만 챙기자 질투해 걔랑 놀지 말라고 했다가 반장이 그러면 되냐고 엄청 혼났던 기억. 처음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생각하고 배려해야 하는 게 뭔지 배웠다. 선생님 덕분에 지식도, 마음도 많이 성숙해졌던 한 해였다.


특별했던 4학년의 기억이 있어서 우리 아이의 4학년도 소중한 한 해이길 바랐다. 담임선생님께서 착하고 바른 아이들이 유독 많아서 반 분위기가 좋다고 하셨는데 우리 딸도 좋았나 보다. 마지막 날 헤어지는 게 슬퍼 우는 아이들도 많았다고. ㅠ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거라고 웃으면서 헤어지자는 선생님 말씀에 눈물 꾹 참느라 힘들었다는 딸. [사교성이 있어 대부분의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도움이 필요한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마음이 따뜻한 학생임]이라고 적혀있는 통지표를 보니 엄마보다 낫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행복한 4학년이어서 참 다행이다.




매 학기 마지막 날 우리 집만의 전통 의식 - 아웃백 나들이!

한 학기 동안 고생했을 아이를 칭찬해 주려고 집 근처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빵돌이가 제일 좋아하는 부시맨 브래드 쵸코시럽과 망고스프레드 발라서 찹찹, 양송이 수프 추릅추릅, 치킨텐더 샐러드, 미듐-웰던으로 요청한 스테이크 한 입 크기로 잘라 아이들 접시에 놓아주고, 감자튀김, 고구마도 조금씩 덜어준다. 사실 여기까지는 애피타이저였고 아이들의 메인 메뉴는 브라우니 아이스크림이다. 이왕 먹는 거 디저트까지 잘 챙겨보자. 아차, 과식했다. 배가 찢어질 것 같다는 아이들 투정에 대형서점, 아트박스까지 괜스레 돌면서 소화시키고 돌아온다.



연아야, 이제 5학년 되면 사춘기 오는 친구들도 많아서 친구들 사이에 갈등도 짜증도 많아지고, 많은 변화가 생길 텐데 연아는 사춘기 오면 어떻게 할 거야?


“나는 사춘기 안 올 건데? 엄마는 어땠어? “

“으응… 엄마도 사춘기 없었어…” ㅋㅋㅋ

(그 사춘기가 뒤늦게 고등학교 때 와서 야자, 학원 빼먹고 이적 쫓아다닌 건 비밀! ㅠ)


사춘기야 오지 마라… 부디 지금 이대로 해맑게만 자라다오. 나중에 이 글을 읽으며 그땐 그랬지~ 자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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