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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May 22. 2024

서점에서

"이거 맞다니까요?"

"아니.. 이거랑 이거랑 다르잖아유."

"아까 이거 찾으신다면서요."

"(중얼중얼)..."

"이게 그거 맞다니까요?"

"이게 그거 맞아유?"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가격은 알고 오셨어요?"

"얼만디유?"

"13000원이요."

"이거 말고 작은 책으로 단어만 들어있는 거는?

그거 말고 이거 찾으셨잖아요. 후우.. 저기 직원 따라가 보세요."

"중얼중얼.. 찾아주어..."

"아니, 계속 이렇게 직원들 시키실 거예요? 그 책이 맞는지 확인하셔야죠."


서점 프런트 직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쌀쌀맞았다. 아침부터 여자친구와 대판 싸웠나 보다. 그래도 그렇지 하얀 눈 맞은 듯한 머리에 기운 없이 허리도 못 펴고 걸으시는 노인에게 너무 한다 싶어 계속 힐끗힐끗 바라본다.


"할머니 이쪽에 앉아 쉬세요."

"아니.. 나 커피 안 먹어."

"괜찮아요. 여긴 아무나 앉는 곳이에요."


어느새 다가온 카페 사장님의 배려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품 안에 꼭 안고는 서점 한편에 놓인 캠핑의자에 천천히 걸어가 살포시 앉는다.


"할머니, 책 사시러 오신 거예요?"

"아, 책을 아직 안 샀어. 이거 살 거야."

"아니에요. 그냥 앉아계셔도 돼요."


그렇게 잠시 앉아있는 동안 서점 안 카페 사장님은 할머니에게 신경 쓰이지 않게 타다다닥 카페 안으로 들어온다.


"어서 오세요.

편한 자리에 앉아계시면 맛있는 커피 가져다 드릴게요."

웃으며 상냥한 말투가 유독 더 친절하게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

틈이 날 때마다 할머니에게 가 있는 시선이 바라보는 사람조차 마음이 아프다.


서점 직원의 말에 상처받지는 않으셨을지,

불편한 점은 없으신지 물어보고 도와드리고 싶지만,

긴장하고 어려워하는 할머니께 쉬이 다가가지 못하고 가슴을 손으로 탕탕 치며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만삼천 원입니다. 봉투 100원인데 드려요?"

"백 원?"

"네. 봉투값 내셔야 한다고요."

"하나 줘요."

"모두 합해서 13,100원입니다."


할머니는 손에 쥐고 있던 작은 동전 지갑에서 돈을 꺼내 계산한다. 꾸깃꾸깃한 지폐모습에 점원의 모습도 같은 표정을 짓지만, 다행히도 할머니는 책과 지갑을 살피느라 보지 못하셨다.


인사도 제대로 받지 못한 할머니는 뒤돌아 한 손에는 가방을, 한 손에는 책봉투를 들고 천천히 천천히 현관을 향하신다.


이때를 기다리셨을까? 커피 사장님이 손에 묻은 물을 앞치마에 얼른 닦고는 할머니께 빠른 걸음으로 나가신다.


어디까지 가시는지, 어떻게 가시는지, 누구와 오셨는지, 도와드릴 일은 없는지... 그동안 바라보며 궁금했던 질문을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건넨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이 일렁인다.

할머니 연령대 엄마가 있으시겠지. 남일 같지 않아 더 마음이 쓰이신 걸 테지.. 그 모습에 나는 마음이 말랑해진다.


"재료 다듬고 있는데 하나가 남네요."

본인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도 모를 텐데 사장님은 웃으며 과일 접시를 내미신다.


마음이 안 좋으실 텐데 베푸는 것으로 그 헛헛한 마음을 채우시려나보다.


"사장님, 라테 한잔 따뜻하게 한 잔 추가 해주세요."

"네, 맛있게 준비해 드릴게요."

"아니오. 커피는 사장님 한가하실 때 꼭 한잔 드세요.

커피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런 일이 익숙지 않아서 눈도 못 마주치고 인사를 넙죽하고는 가게를 나왔다.

엄마. 혹은 할머니가 생각나서 가슴을 두드리던 속상함이 따뜻한 라테로 사르르 녹아지시기를...


P.s. 서점 직원에게도 정신 차리라고 꿀밤 하나를 사줬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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