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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Jun 10. 2024

나 자신을 버릴 수 있을까.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우리는 이렇게 안 맞는데 어쩌다 결혼을 하게 된 걸까?"

일요일 아침부터 남편에게 비수를 꽂았다. 아침이라 잠이 덜 깼는지 머리에서 필터링이 되지 않은 채로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꼬리를 물고 소시지 마냥 줄지어 나온다.

"취미도 안 맞고, 식성도 다르고. 경제관념이나 아이들 교육관까지 어느 하나 맞는 게 없잖아."

남편은 굳은 표정으로 잠시 호흡을 멈추며 감정을 삭혔다. 그리고는 다독이듯이 말을 꺼냈다.

"왜~ 빵 좋아하는 것도 같고 여행 스타일도 같잖아."

빵과 여행은 인생에서 취미와 식성, 경제관념보다 비중이 비할 수 없을 만큼 작은 것인데 그걸 지금 반대 의견이라고 제시하는 거냐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이러다 싸움이 될까 싶어 그만둔다. 어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해'라는 드라마에나 있을 법한 대사가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나의 모든 것을 버리고 상대방에게 맞춰 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일까. 눈도 제대로 못 떠 고양이 세수를 하면서도 머릿속은 답이 없는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리느라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도시 파리, 전능한 신의 시대'라는 첫마디로 시작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그 시작은 웅장했다. 

낯익은 멜로디의 '대성당의 시대가 돌아왔다'로 유명한 그 '대성당의 시대(노트르담드 파리)가 굵고 웅장하게 극장을 메우며 극의 시작을 알린다. 이 노래를 들으러 온 게 핵심이라 시작부터 머리에 공명이 울리고 개운하게 막을 여니 더욱 몰입하며 극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간단하게 이 극의 줄거리를 적자면,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가 세 남자의 사랑을 받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꼽추인 콰지모도, 미친 교주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 세 남자가 그녀를 사랑한다.


과연 어떤 매력에 빠진 걸까?

해설을 보면 이교도의 무리 중 하나인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는 자유로우며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나온다. 여기서 '아름답다'는 '자기답다'는 말이다. 성경의 규율을 지키기보다는 마음이 가는 대로 춤추는, 그 특유의 아름다움에 세 남자가 빠진 것이다. 

 대성당의 시대는 그만큼 성당의 규율이 센 시대였을 것이다. 노트르담드 파리에서 '프롤로' 역을 예로 들자면 그는 3대 악을 가까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신에게 바쳤다. 그러던 어느 날, 창밖으로 비친 아름답게 춤추는 에스메랄다를 보며 사랑에 빠지고 그것을 부정하려 애쓴다. 극을 보며 '사랑에 빠진 것도 부정할 만큼 얼마나 자신을 옥죈 걸까?'라고 생각이 들어 너무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교주와 황제의 권력다툼에 압박을 많이 받은 건 아닐까?' 하며 답답하기도 했다.

 근위대장 페뷔스도 아내가 있지만 아내의 단정한 분홍색 복장과는 대비되게 에스메랄다의 연두색의 다리가 드러나는 복장은 그야말로 자유로운 새 같다고 느낀다. 그는 등장부터 "눈을 뗄 수 없게 아름답다. 그런 모습에 반했다"며 고백을 한다. (부.. 부럽다)

 콰지모도도 이상향의 그녀를 바라보며 지켜준다. 아무래도 콰지모도는 제일 기억에 남는 캐릭터일 수밖에 없다. 그런 그녀를 향한 순수한 마음이 가장 잘 느껴지며 '스스로 어떠한 것도 없다고 느끼기에 더 순수하게 느껴지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버리면서'라기보다는 그녀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사랑이라면, 나에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내가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을 놓을 수 있어야 진정한 그리고 순수한 사랑임을 작가 빅토르 위고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순수한 사랑은 어쩌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인지도 모른다. 나와 남편의 차이점을 되새기며 시작한 아침이 뮤지컬의 깊은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작은 공통점을 통해 연결되어 있으며, 그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사랑은 완벽한 일치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도 상대방을 소중히 여기며 함께 걸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게 된 것이리라. 그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의 힘이고, 우리 관계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그날 아침, 남편과 나는 어쩌면 처음으로 진정한 소통을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다름을 인정하고, 작은 공통점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의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는 그런 소통. 우리는 여전히 다른 점이 많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공통점을 발견하고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이해하느냐는 것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서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서로를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가고, 그 사랑을 지켜나가기로 다짐하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해 본다. 


"사랑은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love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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