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샷추
손님은 테이블 손님 한 분과 나밖에 없는데 카운터 직원은 몹시 분주하다. 작업이 많이 들어가는 메뉴를 시킨 것도 아닌데 초보 알바인가 싶어 얼굴을 보니 중년을 지난지 꽤나 되어보이는 흰머리 신사분이시다. 빨리 내어주고 싶은 마음과 따라주지 않는 손놀림에 분주해지신듯 싶어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빈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기다리기로 했다.
직원 (혹은 사장님) 은 예상과 다르게 쟁반을 들고 테이블 손님 쪽으로 향하셨다. 거동이 힘드신지 지팡이를 짚고 오신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를 위한 배려이셨던 것이다. 혹여나 차가 뜨거울까 싶어 조심하라며 스푼으로 떠서 드시라고 센스있게 수저까지 준비해 주신다. 할머니도 그런 배려에 감동 받으셨는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차로 목을 축이신다. 그 틈에 아들이 카페에 들어왔다.
"음료가 벌써 나왔어?"
"응 사장님이 가져다 주셨다. 이것봐라. 뜨거우니까 수저로 천천히 먹으라고 주신거.
이렇게 먹으니까 천상좋다."
할머니의 자랑에 아들은 별반응 없었지만 내심 감사한 마음이셨을게다. 아무런 관계없는 나조차도 마음이 따뜻해졌으니 분명하다.
곧이어 내가 주문한 아메리카노가 나왔다. 사장님은 연신 방긋 웃으면서 맛있게 드시라고 빨대비닐까지 까서 건네주신다. 이 작은 배려에 마음이 얼마나 뭉클해지고 따뜻해 지는지 그 분은 아실까? 덕분에 아침이 기분이 좋아져서 하루가 행복해 졌다는 건 모르시겠지?
작은 미소와 작은 배려가 주는 힘은 꽤나 크다. 그 사실은 늘 알고 있으면서 행동으로 옮기기는 더없이 어렵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 먼저 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마음만 먹으면 생길수 있는 작은 여유의 행복을 이렇게 매일 걷어차고 있었다.
작은 미소와 배려가 주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이지만,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마음은 누군가의 하루를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오늘 내가 느낀 이 작은 감동처럼, 나도 앞으로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배려를 전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