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라임 피지오
"남사친과 여사친은 과연 가능한가?" 이 질문은 오랫동안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이성 간의 우정이 진정으로 순수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 감정의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 주제를 다룬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있듯이, 현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글 쓰고 있는 지금, 카페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 중이다. 한 남자와 여자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남자는 지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는 사람인 것 같았고, 울산과 강릉 등의 지명을 언급하며 자신의 여정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반면 여자는 이 동네에 사는 유부녀였다. 남자는 그녀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전화 안 할 테니 번호 알려줘. 그래야 대전 오면 연락해서 얼굴 볼 수 있지." 여자는 잠시 주저하더니 결국 자신의 번호를 입력했다. 그녀의 행동에는 어딘가 긴장감이 서려 있었고, 그 긴장은 옆에 앉은 나조차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뚜렷했다. 남자는 그녀의 태도에 서운한 기색을 보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또 다른 남자가 등장했다. 그 순간 여자는 긴장이 풀린 듯 자세를 바꾸고 등을 기대며 환하게 웃었다. "이 아침에 무슨 일이야?" 그녀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농담인 듯 속내를 표현한다. "얘가 나랑 둘이 보는 게 어색해서 형 부른 거죠, 뭐." 그 말에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세 사람의 관계는 무엇일까? 단순한 친구들 사이일까? 아니면 다른 감정이 얽혀 있는 것일까?
이 장면을 보고 나는 자연스럽게 남사친과 여사친이 가능하다는 오랜 신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남사친이 있다. 우리는 고등학교 시절, 내가 18살일 때 처음 만났다. 나에게는 고민을 상담하는 친오빠, 서로의 추억을 공유한 가족처럼 느껴졌고, 맹세코 그 이후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이성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무얼 함께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편해하는 사이인 동시에 그를 이성으로 생각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존재였기에 나는 이성 간 우정이 가능하다고 늘 믿어왔다.
하지만 그날의 카페에서 본 세 남녀의 관계는 나에게 이성 간의 우정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했다. 그들은 겉으로는 친구 사이인 듯 보였지만, 그들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은 단순한 우정 그 이상을 암시하는 듯했다. 특히 여자가 다른 남자가 나타났을 때 느끼던 안도감과 그전에 보였던 긴장감은, 그들이 단순한 친구 관계로 보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다.
이 경험은 나로 하여금 이성 간의 우정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남사친과 여사친이 정말로 가능할까? 나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물론 가능하다고 믿는다. 나와 내 친구는 오랜 시간 동안 아무런 로맨틱한 감정 없이 서로의 인생에서 중요한 존재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성 간의 우정이 언제나 이렇게 순수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사람마다 상황과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그 답은 명확하지 않다.
이성 간 우정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사람의 감정이 매우 복잡하고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한때 단순한 우정으로 시작된 관계가 시간이 지나면서 미묘하게 변할 수 있다. 우정 속에서도 사람은 서로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고, 그 매력이 때로는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성 간의 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다가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정이 변하게 되는 경우를 경험하기도 한다. 특히 한쪽이 연애 관계에 있거나 결혼을 한 경우, 그 우정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물론, 모든 이성 간 우정이 감정적인 혼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와 동네 오빠처럼 순수한 우정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날 카페에서 본 장면은, 우정 속에서도 감정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 관계가 어떤 것이든, 우리는 때로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고, 그로 인해 상대방과의 관계에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이성 간의 우정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도,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결국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느낄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성 간 우정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지만,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우정 속에 숨겨진 감정이 존재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관계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감정이 복잡하게 얽힐 수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솔직함이 필요한 순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남사친과 여사친이 가능하다는 질문의 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사람의 감정은 단순하지 않으며, 그 관계의 본질은 개개인의 경험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나에게는 남사친이 있지만, 그날 카페에서 본 세 사람의 만남은 나에게 이성 간 우정의 복잡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를, 그는 뭐라 잔소리할지 뻔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