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을 걸어? 말어?
‘윙~윙~윙’
핸드폰 진동음이 울린다.
’ 1-9반 담임 선생님‘이란 문구가 핸드폰 액정 적혀 있는 걸 확인한다.
‘무슨 일이지? 배가 아픈가?’
불안감이 높은 아이는 새 학기가 되면 배가 자주 아프다는 소리를 많이 해서 조퇴를 시키겠다는 전화인 줄 짐작하고 세미나실을 나와 도서관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은우 어머니시죠?”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은우가 오늘 학교에서 친구들 싸움을 말리다가 좀 맞아서 지금 충격을 좀 받은 거 같습니다. “
“네?”
조퇴 이야기인가 해서 받았던 전화는 아이가 맞았다는 담임 선생님의 황당한 이야기가 수화기 너머에 들렸다. 순간 내 아이에게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는 남중에 농구 코트가 있다는 이유로 1순위로 집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곳을 지원하였고, 운 좋게도 합격하였다.
그러나, 성향이 조용하고 여자 친구들도 많은 아이에게 남중에서 적응이 어려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조금은 후회하고 있었고, 미신이지만 향을 피우면 사람들이 해코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해서 아이 생일에 절에 가서 향을 피우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맞았다니!! 선생님의 말씀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지만 맞았다는 말만 맴돌아 마음만 불안할 뿐 어떤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전화를 끊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은우가 학교에서 친구들 싸움을 말리다가 맞았데. 선생님이 전화 오셨는데 일단은 지금 좀 괜찮아져서 수업 중이라고 해.”
“은우는 다쳤데?”
“아차, 그걸 못 물어봤네.”
“야! 너는 어떻게 맞았다는데 다쳤는지 물어보지를 않았어?”
너무 정신이 없다 보니 아이가 얼마나 다쳤는지 선생님께 물어보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제가 정신이 없어서 은우가 다쳤는지 여쭤보지 못했어요.”
“네. 어머니, 많이 다치지는 않고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조금 놀란 거 같습니다. 이따 점심시간에 은우한테 어머니께 전화드리라고 말해둘게요.”
아이가 맞았다는 소리를 듣고 난 뒤로 독서회 모임이 진행되는 동안 집중이 되지 않았다. 아이에게 괜찮다는 전화가 빨리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점심시간까지 30분 남았다. 시간은 멈춘 듯이 더디게 지나갔다.
‘윙~윙’
기다리던 아들의 전화가 와서 급히 밖으로 나서며 전화를 받았다.
“괜찮아? 어디 다친데 없어?”
“어, 엄마 괜찮아.”
“선생님이 전화 오셨던데 대체 무슨 일이었어?”
“어. 책상 밀리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까 상민이가 하율이 목을 조르고 있어서 큰일 날 것 같아서 가서 말리다가 내 머리를 잡고 책상에 내리찍고 다리를 차고, 가슴을 때렸어. 그리고 같이 말리던 반장도 맞았어.”
“머리도 괜찮고? 병원 안 가봐도 되겠어? 아프면 참지 말고 조퇴하고 병원 가보자.”
“엄마 괜찮아. 맞을 때는 아팠는데 지금은 괜찮은 거 같아.”
“진짜 놀랬겠다. 엄마는 네가 맞았다고 해서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 진짜 괜찮겠어?”
“응. 괜찮아. 수업 다 받고 갈게.”
“그래, 알았어. 자세한 이야기는 집에서 하고 아프면 참지 말고 무조건 집으로 와.”
아이는 다행히 목소리가 괜찮았고, 괜찮다는 확인을 하니 조금은 안도가 되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 알리고 무슨 정신으로 집으로 왔는지 모르겠다.
아이의 하교 시간을 이토록 눈 빠지게 기다리는 날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시계만 쳐다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아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행히 아이는 외상이 없어 보였고 팔을 잡고 버티느라 팔 근육이 좀 아프고 머리를 책상에 부딪히면서 갑자기 잡고 흔들었던 지라 목이 조금 뻐근하다고 했다.
반장 엄마와 통화를 하고 자초지종을 듣기 위해 학교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지, 학폭이란 것이 내 삶과 아이의 삶에 들어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일어나고 말았다.
어떤 결정이 옳은 결정이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억울하게 되는 상황은 안 생기면 정말 좋겠다.
사진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