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킹스맨 4 (컬러) - 색이 중요해?

아직도 정장을 입는 나의 이상한 습관에 대하여

by 철봉조사러너
네이비 색으로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정장을 사러 가면 나는 항상 네이비(남색) 주문한다.

네이비는 어두운 파란색. 즉 파란색과 검은색이 가해진 색이며, 군청, 곤색, 딥블루 등 다양하게 불린다. 의미에 있어서는 이성적, 분석력, 안정성, 권위감을 주는 것으로 객관적이고 책임감을 나타는 것으로 유명하다. 내가 좋아하는 전문가스러운 이미지와 약간의 남성미 그 느낌 딱이다.


사실 정장에 있어서 나도 다양하게 입고 싶긴 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살 때 여러 개를 사는 편이 아니라, 기존 것들이 바래면 교체하는 형태로 하기 때문에 기존의 취향을 선뜻 바꾸기가 어렵다. 이는 넥타이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아무래도 재킷의 '깔맞춤(?)' 일환으로 블루나 어두운 계열을 선호하게 된다.


가끔 그러다 보니 오해도 받는다. 혹시 그쪽 (특정) 당이시냐고... 아니다. 왜 요즘 세상엔 정장은 정치인들만 입어서 내가 오해받게 되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왜 넥타이 특정색으로 컬러들을 맞추셔서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지 모르겠다. 아마 우리나라 남성복 시장의 몰락은 정치가 크게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의 특정색에 대한 고집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존경하는 학습 도반님께서 나에게 이 부족하다고, 붉은색을 입으라고 말씀해 주셨다. 빨간 정장 재킷은 트로트 가수의 무대복 말고는 없다고 봐야 하니, 그렇다면 넥타이가 해당될 듯하다.


"넥타이를 붉은색?"


저는 이 또한 오해를 불러일으켜서(?) 안된다라는 핑계를 댔다. 그러나 외부의 시선이나 핑계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판단을 하라는 말씀이 나를 각성시켜 주었다. 어쨌든 조심스럽게 컬러를 조금 바꾸어 봤다. 집에 처박혀 있던 붉은색 넥타이에 도전했다. 그러니 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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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가운데) 굉장히 재미있는 책2, (오른쪽) 붉은 색 봉인해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화두이다. 라이프 해커 자청님의 책 <역행자>에서는 정체성의 일환으로 '자의식의 해체'의 개념이 나온다. 이는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학습력을 크게 향상하고 의사 결정력을 높여준다"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서 안데르스 한센의 <인스타 브레인> 은 대체로 "인간의 뇌는 그 옛날 사바나에서 살 때와 비교해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왜 변화가 어렵고, 예전에 학습된 정체성을 버리지 못하는가? 에 대해서 진화적인 관점에서 근거 있는 설명이 나온다.


생각해 보니 우리 부모님도 나에게 '화(火)'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붉은색을 입어야 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난다. 그런데 사실 우리 부모님은 그때 당시 그쪽(?) 특정 정치색을 가지고 계신 관계로 그 말씀을 나는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 (정치가 이래서 무서운 겁니다...) 정체성을 바꾸는 일은 어렵지만, 바꿨을 때의 현대 사회는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요즘은 옛날 '문명화되지 않은 사회'에 비해 의외로 위험하지 않고, 의외로 나에게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결론은 붉은 넥타이를 한 나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진을 찍으면 어두컴컴하게 보였던 내가 더 생기 있게 보였다. 어렵고 문제가 없었던 지점의 생각을 바꾸기가 이렇게 어려웠다니... 나의 색은 하나가 아니었다. 하나의 선입견에 가둔 건 나 자신이었다. 초 뷰카(hyper VUCA) 복잡함의 시대에서 하나를 고집해서 이 세상이 잘 된 경우가 있었는가?


나의 정장 컬러는 하나가 아니다. 나를 위한 판단을 하련다.

주관 있는 '다양함' 그것이 나의 컬러가 되게 하고 싶다. 그러면 나만의 퍼스널 색이 나오지 않을까?!

네이비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겠지만, 다른 색도 섞일 나의 인생을 기대해 본다.


그건 그렇고, 아주 약간은 붉은색을 입었을 때 좀 걱정이 되긴 한다.

혹시... 혹여나... 저의 패션을 가지고 정치와 연관 짓지 말아 주시기를...


저 이쪽이나 그쪽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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