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Gamovi, 이건가?
어느 날 자모비로 통계분석을 하고 논문을 쓰다가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자모비를 영어로 어떻게 쓰는 거였더라? 평소처럼 'JAMOVI'라고 썼더니 되게 어색하더랬다. 나의 일반적인 상식이나 습관은 고유명사나 어떤 이름은 대문자로 쓰거나 최소한 앞글자는 대문자로 쓴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헷갈려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정확히 확인했다. 정답은 의외로 모두 소문자 'jamovi'였다.
자모비는 통계 분석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일반적으로 사회과학 분야의 통계 패키지는 SPSS를 생각하게 된다. 1968년부터 개발되어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 소유 기업은 IBM이다. 보통 대학교의 통계 관련 수업은 대부분 SPSS로 이루어지며, 대부분의 논문 분석도구 영역을 차지한다.
그럼 그냥 이 SPSS를 쓰면 되지 굳이 다른 게 필요할까 싶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비싸다는 것이다. 정확한 가격을 밝힐 수는 없고, 구독과 교직원 할인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기 때문이지만, 개인이나 일반 복지기관의 입장에서는 구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30일 체험판이라는 대안도 있어 더욱 구매를 망설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자모비는 데이터 분석 및 통계적 테스트를 수행하는 R 프로그래밍 언어 기반의 자유 오픈 소스이다. 어려운 용어들로 표현해 좀 헷갈리지만 핵심은 '자유 오픈 소스', 즉 무료이다. 심지어 공짜인데 매우 프로그램이 유연하고 확장성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이는 정말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jamovi를 소문자로 쓰는 이유도 이에 기반한다. 오픈 소스 프로젝트들은 좀 더 친근하고 개방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소문자로 이름을 쓰는 경우가 있다. 이는 이미지에 있어서 뭔가 덜 딱딱하고 더 접근하기 쉬운 느낌으로 작용하며, 소문자가 더 간결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는 인식 때문이다. SPSS와 jamovi, 뭐가 더 유연한 이미지인지 대충 봐도 느낌이 온다. 또한 통계 언어인 'R'은 소문자로 된 이름이 많아 R의 유연한 생태계를 가져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작 대문자인 R 이름의 유래는 만든 사람들의 이니셜)
이름의 의미가 없다.
자모비라는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다. 핵심 개발이자 창립자인 조나선 러브(Jonathon Love)는 포럼에서 이름의 뜻이 없음을 밝힌 바가 있다. 오히려 짧고 기억하기 쉽고, 현대적인 인상과 사용하지 않았던 단어를 조합해서 유연한과 중립성을 상징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정말이지 통계의 대중적인 이용을 위해 프로그램을 무료로 공개한 이들 다운 답변이다.
유연하고 모던한 자모비가 연구계에서 더욱 대중적으로 보편화되었으면 한다. 연구에 관심이 있는 나는 사실 처음 들었을 때부터도 관심 있고 좋았지만, 실제로 작년 2025년 복지관 욕구조사의 중심도구로 사용하고 학술지 투고를 위한 연구 논문을 준비했을 때 자모비를 중심으로 사용했었다. 결과적으로는 충분히 SPSS를 대체할 기능을 갖췄으며, 오히려 장점도 많다. 정말 쓰면 쓸수록 더욱 이 녀석에 빠져들고 있다.
통계분석은 쉽고 직관적이며, 어려운 고급 통계도 추가로 모듈을 무료 설치하여 더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엑셀과 SPSS와의 파일 호환도 좋은 편이었다. 분석 기능적이 측면에서는 SPSS와 거의 차이가 없고, 오히려 매개분석, 구조방정식 등 SPSS에서 어렵고, 제한적인 기능도 추가 설치를 통해 가능하다. 예전 같으면 실행 방법을 배우고 찾아내는 게 어려웠겠지만, 지금은 AI에게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면 비교적 정확하게 안내해 준다.
무료가 유료보다 좋다는 나의 주장이 선뜻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례로, 구글에서 많은 돈을 들인 전자사전 엔카르타(Encarta)는 2009년에 망했고, 아마추어들이 재미로 만든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아직까지 살아있다. 당시에는 당연히 이런 결과를 예상한 사람이 없었을 거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발전하며 예측이 안 되는 요즘 시대에 이제는 알 듯하다. 결코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은 재미로 노는 사람을 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도 자모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더욱 유연하고 심플하고 모던한 전문가.
이왕 할 거면 재미있게 하고 싶다.
그래서 2025년 욕구조사 보고서도 막 공개한다.
필요하신 분들은 마구마구 다운로드하셨으면 한다.
당연히 자모비처럼 로그인도 필요 없다.
특히 복지 현장은 예산의 부족과 함께, 매번 학교처럼 상시적으로 연구를 하는 건 아니기에 SPSS를 구매할 만큼의 필요성은 높지 않다. 심지어 SPSS 사용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측면에서 오랫동안 대안이 없었던 SPSS에서 다른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앞으로 대세는 jamovi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