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니콜라스 케이지의 수영장

by 철봉조사러너
부장님 이 만족도 결과 자료 좀 봐주시죠!


'와, 천잰데?'


연초에 작년 복지관 표준 만족도 문항에 대한 프로그램 분석 결과 보고서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업무를 담당하고 한 동안 소식이 없었던, 우리 에이스 직원이 가져온 보고서 초안을 보고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엄청난 '고퀄'의 자료였기 때문이다. 단순 만족도인데... 상관계수와 관계를 활용한 엄청난 연구 모형을 짜왔다. 순간 나의 전문성을 의심하며 어떤 피드백을 해 줄 수도 없었다. 눈의 시력저하와 난독증에 이은 실어증까지...


NotebookLM으로 구조화한 복지관 만족도의 상관관계 분석


"이걸 어떻게 만들었나요?"라고 물은 나의 질문의 직원에 대답은 근사했다. "AI에 자료를 넣었더니 유용한 분석 방법을 추천해 줬고, 그에 따른 결과를 '노트북 LM'으로 구조화했다"라고 한다. 나는 시도해 본 적도 없어서 감탄 반, 질투 반, 혼란 반, 아.... 삼분의 일이구나, 어쨌든 신기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순간 나의 머릿속에 그분의 이름이 떠올랐다. '니' 형님.


니콜라스 케이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배우다. 수많은 대표작과 함께 연기력이 아주 출중하고 연기에 대한 욕심이 대단한 다작배우이다. 특유의 그 약간 억울한 표정(? 죄송합니다...)에서 나오는 아우라는 정말 이 배우의 전매특허 매력이 아닌가 싶다. 심지어 한국계 미국인 여성과 결혼을 '했'었어서 우리에겐 '케서방'으로 불리기도 했다.


다음 포털 '니콜리스 케이지' 이미지 검색


니콜라스 케이지의 영화 출연 횟수와 수영장에서 익사 사고의 수에 대해서 상관관계(Correlation)를 분석한 연구가 있다.


놀랍게도 0.666이라는 상관계수가 나왔고, 두 변수가 66.6%라는 관련성을 보였다는 거다. 이는 연구에 있어서 상당히 높은 관련성이다. 연구에 따라 기준이 다소 다르지만 대략 0.7 이상은 매우 강한 상관관계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이 수치는 우리 니콜라스 형님이 수영장 사고를 사주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물론 그렇게 믿는 사람은 당연히 없을 거다. 이건 정식 연구가 아니라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런저런 변수를 조합해서 나온 결과이다.


과해... 나노 바나나, AI.


연구에서 흔히 말하는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허위상관이라는 '스푸리어스 상관관계(Spurious correlation)'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단순히 관련성을 보여주는 상관관계가 원인과 결과를 나타내는 '인과관계'로 꼭 치환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맥락이나 상식을 고려하지 않고, 컴퓨터나 숫자만 보고 단순히 어떤 현상을 보는 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또 상관관계에서 자주 제시하는 예시로 미국의 슈퍼마켓에서는 맥주와 기저귀를 같이 놓고 판매한다고 한다. 기저귀를 사는 3,40대 부모가 육아 스트레스로 맥주도 많이 사기 때문에 매장에서 배치를 이렇게 교묘하게 하여 매출을 늘린다는 건데, 당연히 맥주와 기저귀는 원인과 결과가 될 수 없다. 그냥 두 개가 우연히 같이 있음으로써 상승효과를 냈을 뿐이다.


우리의 만족도도 어떻게 보면 막상 보면 당연한 이야기를 AI가 그럴싸하게 포장해 낸 것일 뿐이다. 이 대단한 걸(?) 쓸데없이 AI는 자주 해낸다. 사실 만족도 수준의 연구는 집단을 비교해서 보는 빈도와 기술통계를 통한 평균분석이면 충분하다. 이걸 굳이 상관관계까지 가는 건 어떤 현장의 실무자에게 어떤 통찰 주기도 어렵거니와 시도 자체가 무리수 일 수 있다. 뭐 틀리진 않았지만 그다지 옳은 방법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런 빈도, 기술통계만 해도 중간 이상은 간다.


AI를 쓰면 확실히 편리하고 쉽게 갈 수 있는 지점은 있다. 하지만 내가 뭔가 해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머릿속에 남는 것도 없다. 처음에는 '오 대단한데' 싶지만 결국 돌아서면 텅 비어있는 현상. 사회복지사가 전문가라고 수십 년 동안 그렇게 주장했는데, 현장도 이제는 AI를 통해 편한 것만 찾아가려고 한다. 인공지능이 일을 다 해준다고 주장하는데 무슨 전문가... 비단 복지 영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의 열풍으로 인해, 개인적으로 나에게도 AI 관련 강의 의뢰가 늘고 있다. 하긴 요즘 모든 교육에 있어서 AI를 넣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이며, 이 시대의 모든 강사들이 AI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식이 무너지는 시대, 인공지능이 모든 직업을 대체한다고 하는 지금 우리는 이 변화에 준비되어 있는가?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이인아 교수의 도서 <멍청해지기 전에 읽는 뇌과학>에서는 우리의 뇌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고 한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는 위협에 적응하는 인간의 능력은 변화에 이미 디폴트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나는 진정 내 일의 본질을 좋아하고 있는가?"를 자신에게 되묻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내가 진정 내 일을 좋아한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것이다. '본질'에 대한 고민과 탐색은 정말 세상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지어 무언가에 대한 의지가 그렇게 크지 않은 나도 좋아하는 '조사연구'에 대해서는 세상의 변화가 두렵지 않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AI 시대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배우려고 무조건 따라가는 것보다,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훨씬 더 중요하고 깨닫는다. 그래야 변화에 적응할 의지가 생기고 대응할 수 있다.


오래 걸렸지만, 이제 드디어 정리할 수 있었다.


앞으로 나는 AI에 딴지를 좀 걸어보려고 한다. 순진하게 앞으로 쓰지 말자는 어리석은 얘기는 아니다.

쓰면서 좀 고민을 하자고, 다른 것도 좀 하면서 쓰자고 주장하련다.

그리고 시원하게 이야기하고 다니겠다.


역시 기술보다 중요한 건 본질이다.

이미지 출처: 제미나이 나노 바나나
이전 16화자모비가 JAMOVI였나? Jamovi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