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추(秋)에 철봉의 철(鐵)을 잡다
감동을 느꼈다.
직장에서 점심을 먹고, 매번 기계적인 습관처럼 혼자 산책을 나갔다. 오늘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요새 특별하지 않은 나의 감정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그런데 하필 오늘은 유독 달랐다. 비가 잠깐 개인 공원은 나에게 잊지 못할 광경을 선사했다. 갑자기 차가워진 공기를 잊어버리게 만드는 푸른 하늘과 총 천연색의 나무 빛깔이 나를 이끌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자연에 할 말을 잊고 사진을 연신 찍어댔다. 내가 이렇게 자연을 좋아하고, 식물을 좋아했던가 싶다. 그 와중에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느 책에서 봤던 기억이 있다. 가을의 변화를 느끼지는 못하는 사람은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한다고. 그리고 녹지를 산책하면 뇌 내에서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편도체' 활동이 적어져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가 적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한다. 최소 난 우울증까지는 아니었나 보다. 그래도 틈틈이 점심 산책을 했던 보람이 있구나 싶다.
너무나도 많았던 사건과 함께 유난히도 힘들었던 올해... 아직까지 내게 이런 감정이 남아있었던가? 오전 내내 아니 요 며칠간 계속 인상을 쓰고 있었던 내 얼굴을 풀어준 12시 45분의 점심시간이었다.
유난히 아름다운 올해의 가을에 끝자락에 매달리고 싶었서, 그래서 철봉을 잡았다. 가을의 추(秋)와 철봉의 철(鐵)은 솔직히 '치읏' 말고 아무 연관성은 없지만, 매달리다 보면 이 지금의 내 마음을 계속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지긋지긋한 올해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래도 지금 이 감정은 오래 간직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