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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우니 Jan 12. 2024

복제인간의 양산

데이터에 美醜가 있고 善不善이 있나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세상 모두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이미 추할 수 있고     

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

세상 모두가 선하다고 정의하고 규정하는 것은 이미 선이 아닐 수 있다.     

有無相生, 難易相成, 長短相較, 高下相傾, 音聲相和, 前後相隨, 恒也.

유와 무는 서로를 낳고 난이는 서로를 이루고 장단은 서로를 나타내고 고하는 서로를 기울게 하고 음성은 서로를 조화시키고 전후는 서로를 따른다. 늘 그렇다.     

是以聖人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이렇듯 성인은 사심 없이 일을 처리하고 말없이 가르침을 행한다.     

萬物作焉而不辭, 生而不有, 爲而不恃, 功成而不居, 夫唯不居, 是以不去.

만물은 거기서 일어나고서 머뭇거리지 않으며 낳고서 소유하지 않고 하고서도 뜻을 두지 아니하며 공을 이루고도 머물지 않는다. 결코 머물지 않기 때문에 떠나는 법도 없다. (제2장)


  인공지능의 장점이 학습된 모델을 무제한으로 카피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인간 역시 무제한으로 카피할 수 있다. 이 말은 스스로 학습해서 모델을 찾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정답이 주입된 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인공지능의 장점이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주입된 모델을 가진 인간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경직되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확장성은 떨어진다. 옛날 유교라는 주입된 모델로 사회 구성원 전체를 카피한 조선 사회는 외부 세계의 변화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고 새로운 문물과 산업을 일으키지도 못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복제 인간의 양산은 유교의 영향이 크다. 유교에는 성(性)이라는 개념이 있다. 성은 유교적 인간상이자 인간이 마지막까지 도달해야 하는 지극한 선이다. 유교의 교화란 나를 닦아서 성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를 극기복례(克己復禮)라 한다.

  공자는 성에 대해 ‘성상근습상원(性相近習相遠)’이라 하여 ‘성은 서로 차이가 미미하며, 습은 그 차이가 크다’고 말한 것이 전부다.《중용》에서는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라 하여 성을 천명과 연결한다. 맹자는 이를 부연하여 상세한 성론(性論)을 펼쳐서 성선설을 확립한다. 이에 반해 순자는 ‘형구이신생(形具而神生)’이라 하여 인간의 정신이란 형(形), 즉 육체가 갖추어진 후에 생겨난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생존 욕구를 본성으로 가지고 있는데, 이 본성을 좇아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하면 저절로 투쟁하고 어지럽고 포악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즉 성악설이다. 이외에 중국철학에서 전개된 성론을 보면, 고자의 성무선무악설(性無善無惡說), 양웅(揚雄)의 성선악혼효설(性善惡混淆說), 한유(韓愈)의 성삼품설(性三品說) 등이 있다.

  유교는 인성론(人性論)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교가 성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불교에도 성론이 번진다. 불성이 있니 없니가 주요 화두가 될 정도이다.

  인도의 성론은 힌두교에서 시작한다. 힌두교는 유아론(有我論)을 주장한다. 가짜 ‘나’를 털어내면 ‘참나’가 나온다고 한다. 이에 반발해서 싯다르타는 무아론(無我論)을 주장한다. ‘나’라는 존재는 연기법(緣起法)에 의해 잠깐 머물다가 사라진다고 한다. ‘나’라고 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옳고 그름을 떠나서 유교의 성론과 힌두교의 유아론은 중국과 인도의 지배층에 의해 이데올로기로 이용된다. 강고한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한 인간이 감당해야 할 성의 무게는 쉽게 상상할 수 없다. 좁디좁은 신분의 틀 속에 사람들을 집어넣어 옴짝달싹 못하게 해놓고 참나를 추구하라고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분별심을 일으켜서 스스로 자책하고 주눅이 들게 한다. 이번 생에서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어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린다. 이에 비해 노자의 도와 붓다의 무아는 이데올로기로 써먹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조선의 실패는 공자탓이 아니다. 기득권이 공자의 의도를 왜곡해서 이데올로기로 써먹고 나라가 망하자 공자에게 죄를 덮어씌웠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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