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들 Dec 24. 2023

크리스마스트리와 대화하다.

빨강 오너먼트를 줄까 금색 오너먼트를 줄까 


 작년에 산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냈다. 대형 트리가 예뻐 보였던 작년 겨울, 한창 트리 종류를 검색하면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고속터미널 트리 파는 곳에서 대형트리를 그대로 어깨에 딱 짊어지고 차에 싣고 가는 어느 부부의 영상을 보았다. 잎의 재질과 가지의 풍성함과 튼튼한 지지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더니 마침내 선택받은 나무를 계산하고 주차장까지 낑낑대며 들고 간다. 큰 나무를 뒷좌석에 간신히 태우고 집으로 가는 길, 부부의 수고로움이 꽤 낭만적이었다. '나도' 서울 올라가서 직접 골라보고 싶었지만 동거인들은 아무도 나의 낭만을 공유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덕분에 밤낮으로 인터넷을 뒤지다가 결정을 못하는 동안 품절되거나 배송지연을 경험하고는 결국 회사 직원이 산 나무를 따라서 샀다. 

 이 나무를 소개하자면 키는 180cm 전구는 일곱 가지 패턴으로 빛을 내는, 오너먼트 없이도 제 역할을 잘해줄 것 같은 든든한 녀석이다. 녀석이라니. 



혼자 만들고 혼자 좋아하는 "나의 크리스마스 나무" 



 받침대를 펴고 세등분으로 나뉜 나무 기둥을 끼고 가지를 바깥으로 펴주었다. 그리고 움츠려있던 잔가지를 펴고 맨 위에 있는 잎을 위로 쭉 뻗게 해 주면 남편보다 딱 10센티 큰 177센티정도 되는 든든한 나무가 완성된다. 나무 상자에서 탈출한 먼지들이 베란다 창 밖에서 들어오는 겨울 냄새와 뒤섞이다가 둘 다 우주 멀리 사라졌다. 아늑한 공기로 다시 채워진 공간. 바닥에 떨어진 잔 잎들을 치우고 전구를 입혔다. '지네전구'는 작아서 촘촘히 둘러주면 오너먼트가 따로 필요 없다. 사용설명서에 나온 대로 작년에는 5개의 전구를 둘러서 빛이 밝았는데 작은 불빛으로도 충분히 이쁠 것 같아 4개만 감아줬더니 맨 윗부분에서 전구가 애매하게 남아, 감은줄을 다 풀고 다시 더 꼼꼼하게 감아 5개를 모두 썼다. 화분을 치우고 자리를 잡아 전구에 전원을 켰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과 작업 공간을 디자인하고 조성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인생을 디자인한다. - 네이튼 존슨

공간은 우리의 감정을 형성하고, 감정은 우리의 행동을 결정한다. - 리신 성   

우리 주변의 환경은 우리의 내면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 좋은 환경에서는 좋은 마음이 자라난다.              - 데미안 리시   

우리가 사는 공간은 마음의 거울이다. - 레오 나탄소   

환경은 개인의 행동, 감정, 심리적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행동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반영된다. - 알버트 메이비아크   

우리는 우리가 속한 공간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선택은 우리의 행복과 안락함에 직결된다. - 맥스 리페르트   

공간은 어떤 꿈을 더 선명하게 해 준다. -김들 작가 (죄송함니다 하하하)





 편안함을 느끼는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선는 모든 것을 의식적으로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인테리어를 보면서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 환경, 즉 자기 집과 공간들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공간의 심리학>


 공간이 조금 바뀐다고 인생이 달라질까?  <공간의 심리학>에서는 '좋은 공간은 생각에 힘을 실어 삶에 변화를 준다.'고 한다. 늦은 밤, 거실과 주방을 정리하고 간접 조명을 끄고 트리 전원까지 끄면 깜깜한 거실에서 오늘이 마무리된다. 공간의 힘을 믿는다. 그래서 내일은 대청소를 할 생각이다. 그리고 정돈된 삶, 행복한 청소에 대한 책을 빌려야겠다.




P.S

- 얘들아, 빨강 오너먼트를 달아볼까, 금색 오너먼트를 달아볼까?

- 아무거나

매거진의 이전글 무통주사 놔주세요 당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