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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리 Jan 04. 2024

20대를 회고하며

" 넌 20대에 뭘 제일 잘했다고 생각해? "



30대가 되어 그런가, 괜히 헛헛한 마음에 '20대에는 내가 뭘 잘했더라?'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그렇게 '내가 어떤 선택을 잘했더라'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만족할 만한 내 모습에 위안이 되고는 했다. 

아직 10년이 남았지만, 30대의 10년을 어떻게 살아야 내가 또 40대가 되어 30대를 돌아봤을 때, '여전히 너무도 잘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인간 비타민이라는 이야기를 듣던 한 때!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노는 것과 배우는 것에 진심이었던 나는 (물론 지금도 진심이지만) 집에 제때 들어간 적이 없거니와 주말에도 항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누구보다도 경험을 중시하던 사람이었고, 내가 하는 모든 경험 들이 나중에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며 하나하나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나갔다. 그리고 이를 블로그에 꾸준히 기록했다. 이때 휴학을 하고 동아리 회장을 목숨 걸고 운영한 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엄청 엄청 잘한 일중 하나였던 것 같다. 그때의 그 친구들이 내게 엄청 큰 존재가 되었고 나를 되게 강한 리더의 모습으로 기억해 주는데, 그때만큼은 어린 시절 내가 정말 몰두했던 순간으로 나 역시 기억되기 때문이다.


이후 나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공부와 일을 어느 정도 병행하다가 20대 유럽이 아닌 남미로 배낭여행을 갔는데 어찌 보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다 털릴 정도로 무서운 경험도 있었으나 이는 나의 20대에 있어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다. 지금 생각해도 내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겁도 없이 혼자 40L 배낭을 메고 비행기를 타버렸으니, 꽤 용기 있었다. 


그때 왜 그랬을까? 배낭 하나 매고 정말 어찌 보면, 그냥 거지의 몰골을 하고 여기저기 숙소를 발품 팔아가며 다녔다. 그때 본 풍경들, 마주한 사람들이 지금 내 인생엔 엄청난 폭풍을 몰고 왔다. 파생된 여러 경험들이 나를 행복한 순간으로 몰아넣었고 이후, 또 여러 관계들을 겪으며 인생의 공부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당시 20시 간행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고, 12시간 산행을 하고 당시, 정상을 찍겠다고 남자 무리에 껴서 씩씩하게도 올라갔더랬다. 산 꼭대기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다 자전거 바퀴 바람이 빠져 고생하기도 하고 1초를 남기고 버스를 놓칠 뻔하기도 하고, 핸드폰 지갑이 담긴 가방을 통째로 털리기도 하고 


대마를 한 칠레 친구들 차에 탔다가 죽는구나 싶기도 했다. 지금이야 그냥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약간의 고산병에 두피는 다 뜨겁게 익어버리기도 하고, 아무튼 그때의 경험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지금 간다고 하면? 버릴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고, 뒤처질 것도 걱정돼서 아마 그렇게 무모하게 떠나지는 못할 것 같기도 하다. 지금 내 나이 만으로 서른, 많지도 적지도 않은 현실적인 나이.  


이제야 더 확고히 느끼는 건, 그 나이에 해야 더 좋고, 더 올바른 선택이 있구나 싶은데 

나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정말 최고의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의 경험을 통해, 나의 인생을 조금은 다르게 살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뿌듯하기도 하다. 나는 너무 행복했다 


경험은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어떤 경험을 할지는 내 선택이고 내 몫이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사주팔자 흘러가는 대로? 가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넌 20대 한 선택 중 가장 잘한 게 뭐라고 생각해?"


한 친구는 말했다.
"난 20대 빠르게 일을 시작한 걸 잘했다고 생각해. 물론 여행을 많이 못 다닌 건 좀 아쉽지만"  


이렇게 말한 이 친구는 여전히 20대다. 빠르게 일을 시작한 덕분에 빠르게 성숙할 수 있었다는 철든 동생 

"이 친구야 너는 아직 20대야 하고 싶은 걸 좀 더 해봐"라는 말을 건네며 부러움을 전했고,    


내 질문에 또 어떤 한 친구는 말했다. "난 정말 쉬지 않고 연애한 거? 이제 여 한이 없어." 

이렇게 말한 친구는 이제 곧 애 아빠가 되는 사람이다. '역시 많이 놀아봐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며 

저 가정은 그래도 앞으로 행복하겠구나 싶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첫 직장이 정말 일을 잘 배우기도 했지만 그만큼 너무 힘들었는데 

딱 1년을 버티고 퇴사하겠어라고 결심한 후 명예로운 퇴사를 한 것에 대해 이 역시 내가 너무 잘한 선택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 후 내가 배우고 싶은 걸 배워봐야지라는 마음으로 곧바로 이직이 아닌 새로운 배움을 선택했었는데 이를 통해 나를 들여다볼 수 있었고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음, 앞으로 내가 또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고, 잘했다고 볼 수 있을까?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고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선택에 대한 책임이 커지는 지금

섣불리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이 너무 큰 리스크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이 되는 것이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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