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춘춘 Feb 14. 2024

화가 날 땐 떡볶이

2월 둘째 주



사 먹으면 파스타, 해 먹으면 스파게티

집스파게티는 새우를 양껏 넣기

둘째가 어리니 까르보나라가 먹고 싶다는 첫째와 외출하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양 적은 초등생과 소식가인 엄마는 메뉴를 정하는 것도 어렵다. 둘이 가서 메뉴 하나는 진상손님이 되고, 메뉴 두 개는 반드시 남는다. 양도, 메뉴도 애매할 땐 역시 집에서 해 먹자. 사 먹으면 파스타. 해 먹으면 스파게티라고 부르게 되는 음식.

파스타의 오동통한 새우는 항상 아이의 접시에 먼저 덜어주게 되는데 집스파게티의 냉동실 새우는 아낌없이 여섯 마리 넣는다. 너 세 마리. 나 세 마리. 이번엔 양보 없다. 엄마도 새우 좋아해.

기본 베이스는 대기업 소스지만 마늘도 다시 볶고 생크림도 넣고 우유도 더 넣어 보글보글 끓인다. 만들어 놓고 나니 아들이 엄지 척을 해주는데 대기업을 향한 건지 엄마를 향한 건지 알 수 없지만 나를 보며 해주니 그런 걸로. 뭐 어때요. 면은 내가 삶았어요. 설거지도 내가 해요. 그럼 홈메이드 아닐까요.




소고기 콩나물밥

둘째 이유식 고기 뺏어먹기

콩나물 한 봉지를 사서 국을 끓이고 무쳐먹었는데도 남았다. 냉장실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저거 빨리 먹어야 되는데......"를 중얼거리며 따가운 눈총을 주길 여러 번. 한 번 해서 한 번에 다 먹기 때문에 노동력 차원에서 가성비가 떨어져 어쩌다 한 번씩 하게 되는 솥밥을 오늘은 콩나물 처리를 위해 한다. 간 소고기가 떨어졌는데 냉동실 한편에 고이 다져놓은 둘째 이유식 고기에 눈길이 간다.

"미안하다 둘째야, 닭고기 이유식도 맛있잖니......"

지난주 만들어 놓은 달래간장이 남은 것을 흐뭇해하며 콩나물 솥밥으로 영양 가득 점심 해결이다.




떡국 떡볶이

화가 날 땐 떡볶이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오전시간에 마침 둘째 컨디션이 바깥 산책에 딱 적당하다. 사이좋게 첫째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집 앞 카페에 가는 길. 오늘은 봄날 같다며 발걸음도 가볍게 살랑살랑 걸어갔다가 갑자기 된통 쫓겨 나왔다. 직장인들 점심 장사가 매출의 대부분인 카페라서 오전에 온 손님들은 무조건 12시에 체크아웃을 해야 된다는 카페. 듣지도 보지도 못한 영업방식에 당황하고 항의를 하였지만 유모차에서 그사이 잠들어버린 둘째를 데리고 다른 카페를 찾아가기에도 역부족이었다. 할 수 없이 한 시간만 있다가 나오기로하고 커피를 마시는데 이번엔 빗자루청소를 먼지 풀풀 날리며 한다. 내가 유모차를 밀고 못 올 데를 온 건가 싶었다.

아이가 자고 있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먼지가 이쪽까지 날리니 청소는 멈춰달라고 하였으나 손님에 대한 배려는 온데간데없고 이번엔 물까지 뿌려가며 대걸레청소까지 한다.

순간 이성을 잃고 전투력이 급상승하였으나, 첫째가 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대차게 전투력을 올려봤자 첫째의 기억 속에 엄마의 미친 모습이 남겨질 것이 뻔하다. 그래봤자 내 손해다. 완벽히 이상한 저 타인이 나의 일상을 망치게 두지 말자. 쏟아부을 분노의 감정도 아깝다. 조용히 가게 리뷰에 황당한 영업방식을 남겨주면 그만인 것을. 그리고 다시 오지 않으면 그뿐.

다행히 상식적인 선에서 불편함을 항의하고 분노를 다스려 나오고 나니 여전히 바깥은 봄바람 같은 포근한 겨울바람이 분다. 첫째가 도리어 화를 낸다.

"엄마, 저 사람 대체 뭐야? 가서 따져야 되는 거 아냐?"

"따진다고 바뀌지 않아. 본사에 항의했으니 그걸로 됐지 뭐. 우리는 다시 안 가면 되고."

"아니, 그래도 뭐 저런 곳이 다 있어! 경찰에 신고해!"

"앞으로 하는 장사마다 망할 거야. 걱정 마. 경찰아저씨들 바빠."

"어휴! (화를 내는 중)"

"첫째야~ 잊어. 아무것도 아닌 일에 감정 쏟지 말고 오늘 점심은 떡볶이나 먹자!"

"갑자기?"

"응! 기분이 안 좋을 땐! 떡볶이가 최고야!"



2월 둘째 주 식비결산

식비 방어 성공과 생활비 조절 실패

명절이 있었지만 둘째가 어려서 양가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쉬면서 보낸 연휴 덕분에 식비가 줄었다. 거의 냉장고 파먹기 수준으로 버틴 연휴기간.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은것인지 대신 이번 주는 생활비에 구멍이 생겼다. 변명을 해보자면 둘째 기저귀와 유산균, 몇 달을 살까 말까 벼르고 벼르던 이불을 한 채 샀다. 매 주 변명이 있다. 저번주에도 글에 썼지만 나의 도전은 어디까지나 한 달 식비 줄이기 프로젝트.

한 달의 반이 거의 지나가고 있고 아직까지는 성공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희망이 보인다. 기저귀도 채워놓았고, 분유도 아직 많이 남았으니 생활비도 저기서 크게 늘어나지는 않기를 바라본다.



이전 02화 김밥천국이 여기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